‘엔번방’을 모방해 이른바 ‘제2의 엔번방’을 만든 닉네임 로리대장태범의 재판이 진행된 지난 3월31일 춘천지법 앞에서 여성단체 회원 등이 손팻말을 들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와 피해자 보호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제2의 엔(n)번방’을 운영하면서 여중생 등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제작·배포한 혐의(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닉네임 ‘로리대장태범’ 등 일행에게 검찰이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청구했다.
검찰은 14일 춘천지법 형사2부(재판장 진원두) 심리로 열린 로리대장태범 배아무개(19)씨과 슬픈고양이 류아무개(20)씨에 대한 속행 공판에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검찰이 청구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에 대한 심리를 위해 한 차례 더 재판을 열기로 했다.
재판부는 배씨와 류씨에 대한 피고인 신문은 피해자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배씨 등의 재판을 지켜보기 위해 법정을 찾은 방청객들이 모두 퇴장했고, 비공개로 피고인 신문이 진행됐다.
앞선 공판에서 검찰은 배씨 등에 대한 범죄 사실과 죄명을 추가하는 등 공소장 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피고인 쪽도 검찰의 변경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인 배씨 일당은 모두 5명으로, 나머지 3명은 수사기관에 검거된 시기와 기소된 시점이 달라 별도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배씨 등은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피싱 사이트를 통해 유인한 여중생 등 피해자 3명을 협박, 성 착취 영상물 등 76개를 제작해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을 통해 유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닉네임 ‘갓갓’ 문형욱(24)이 잠적한 이후 ‘엔번방’과 유사한 ‘제2의 엔번방’을 만들어 운영하기로 하는 등 ‘프로젝트 엔(N)’이라는 명칭으로 범행을 모의했다. 각자의 전문 분야에 따라 서로의 역할을 나눈 이들은 피해자 26명의 트위터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탈취해 타인의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일부 공범자는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29차례에 걸쳐 피해 여성의 신체 등을 몰래 촬영해 이를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을 통해 유포했다.
이날 배씨 등의 재판이 열린 춘천지법에는 도내 50여개 단체가 꾸린 ‘디지털성폭력대응 강원미투행동연대’ 회원들이 나와 로리대장태범의 신상 공개와 텔레그램 ‘엔번방’ 성 착취물 유포자 등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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