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집중호우로 마을 전체가 침수 피해를 본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주민들이 21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집단이주를 위한 특별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길리 주민 제공
지난달 집중호우로 마을 전체가 침수 피해를 본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주민들이 집단이주를 위한 특별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길리 주민들은 21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방부가 만든 전략촌이라는 상습 침수마을에서 벗어나고 싶다. 집단이주를 위한 특단의 지원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주민들은 “국무총리 등 많은 분이 찾아와 위로의 말을 건네고 처참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도록 이주대책을 마련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 정부에서 내놓은 대책은 현실성이 하나도 없다. 주민들에게 지뢰가 나뒹구는 그곳에서 또 물난리를 당하고 살라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가 제시한 집단이주 대책이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와 지자체는 이길리 주민들을 위해 이주지원금 16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재난관리법을 보면, 수해 등의 피해를 본 주민에게 이주지원금으로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은 1600만원이 전부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주지원금 1600만원은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길리 주민들이 집단이주 단지에 입주해 주택(99.1㎡ 기준)을 신축하려면 땅값과 건축비 등으로 2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주주택 조성사업’으로 146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이 사업비는 집단이주 마을의 도로와 전기,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조성을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
김종연 이길리 이장은 “삶의 터전인 마을 전체가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설상가상으로 지뢰까지 물에 떠내려와 전답은 물론이고 마을 전체가 지뢰밭으로 변해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더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위험 지역을 하루빨리 탈출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달라”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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