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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서도 여풍당당…공직사회 ‘방탄천장’ 깨진다

등록 2021-03-08 18:25수정 2021-03-09 02:00

전북 고창군청 여성간부들이 유기상 군수(가운데)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고창군은 지난 1월 인사에서 처음으로 문화복지환경국장에 여성을 임명하고 인사와 홍보 등 주요 부서에 여성들을 대거 기용하는 등 공직사회 핵심 보직 여성 진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고창군 제공
전북 고창군청 여성간부들이 유기상 군수(가운데)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고창군은 지난 1월 인사에서 처음으로 문화복지환경국장에 여성을 임명하고 인사와 홍보 등 주요 부서에 여성들을 대거 기용하는 등 공직사회 핵심 보직 여성 진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고창군 제공

“말이 유리천장이지 예전엔 ‘방탄천장’으로까지 불렸습니다. 하지만 여성 비율이 높아지고 객관적인 업무 능력 평가가 이뤄지면서 지방 공직사회 분위기도 확 바뀌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대구시 시민행복국장에서 시민안전실장으로 발탁돼 화제를 모았던 김영애(57)씨의 말이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이후 대구시에서 지방직공무원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위직인 지방이사관(2급)에 여성이 임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재난관리라는 ‘남성스러운’ 분야를 총괄하는 자리여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사회 인식 변화 속에 지방 공무원들 가운데서 ‘여풍’이 거세다. 간부급 여성 공무원이 거의 없다시피 해 ‘유리천장’을 넘어 ‘방탄천장’으로까지 불렸건만, 과거 남성 공무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고위직에 여성이 발탁되는 사례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 방탄천장 깨는 ‘최초’ 여성들

경상북도는 지난 1월 대변인에 여성인 최영숙(52) 전 청송군 부군수를 임명했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적고 보수 성향이 강한 경상북도 첫 여성 대변인 임명이었다. 지방고등고시 2회 출신으로 경북에서 ‘최초’ 여성 부단체장, ‘최초’ 여성 대변인 역사를 쓴 최 대변인은 “경북 하면 보수적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2011년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여성 정무부지사를 임용하는 등 개혁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여성 공무원 증가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인식이 변하면서 ‘여성 최초’라는 표현까지 사라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에서도 지난해 2월 개방형 직위인 제2부시장에 정혜란(66) 전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을 임명했다. 광주 광산구에선 지난해 1월 김애리(58) 전 광주시 여성청소년가족정책관이 첫 여성 부구청장으로 발탁됐다.

여성 첫 지방이사관·대변인·부시장…

대구·경북·고창·광주동구 등 발탁 행렬

경기 5급·서울 4급 승진자 절반 여성

변화는 일부 여성 공직자 발탁뿐 아니라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

경기도가 지난 1월 발표한 5급 승진자 성별을 보면, 71명 가운데 28명(39.4%)이 여성이었다. 특히 여성 승진 대상자가 거의 없는 공업과 선박, 시설 직군을 제외하면 52명 가운데 26명이 여성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경기도의 사무관(5급) 이상 여성 공무원 비율은 2017년 12.3%에서 2020년 20.3%까지 급상승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단행한 서기관(4급) 승진 인사에서도 행정직 11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6명이 여성이었다.

몇몇 기초자치단체들에서도 변화가 두드러진다. 전북 고창군은 지난 1월 인사에서 문화복지환경국장에 정명숙(59) 전 울력행정과장을 임명했다. 고창군 첫 여성 국장이었다. 인사와 홍보, 민원 등의 주요 책임자도 여성이 맡으면서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앞서 지난해 1월에는 천선미(56) 전북도 노인장애인복지과장이 첫 여성 부군수로 임명됐다. 고창군에서는 군수를 뺀 가장 고위직인 4급 세자리 가운데 두자리에 여성이 임명돼 일하고 있으며, 최근 인사에서도 과장(5급) 승진자 3명 가운데 1명이 여성이었다. 유기상 고창군수는 “여성 공무원의 섬세함과 소통 감각이 근무환경을 변화시키고 조직에 유연함을 가져오는 등 공직사회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광주 동구도 지난 1월 인사 결과 과장급 간부 공무원의 여성 비율이 44%(22명)까지 올랐다. 여성 국장도 배출됐고, 기획계장, 총무계장, 예산계장 등 주요 직무도 여성이 맡았다. 임택 동구청장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아직 갈 길 멀어…“단체장 의지가 관건”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인사통계(2019년 말 기준)’ 를 보면,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33만7084명 가운데 여성은 39.3%(13만2563명)을 차지한다. 하지만 지난 2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 계획’ 자료를 보면, 5급 이상 지방 공무원 가운데 여성 비율은 20.8%(2020년 기준)에 그친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 계획’을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추진한 결과 2018년 15.6%, 2019년 17.8%에 머물렀던 지방 과장급(5급 이상)이 20.8%까지 상승했다. 애초 정부가 정한 2020년 목표치(18.6%)를 초과 달성한 상황이다. 오연순 행정안전부 지방인사제도과 사무관은 “지방 공직사회에도 신규 직원을 중심으로 여성의 비율이 점차 늘고 있다”며 “지금은 고위직에 남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비율 대비 간부비율 아직 낮아

시·도별 불균형 심해…충남 맨꼴찌

“인사권 가진 단체장 의지가 중요”

자치단체별로 불균형이 심하다는 점도 풀어야 할 과제다. 행안부의 ‘2020년도 지방직 여성 과장급(5급 이상) 현황(광역·기초지자체 합계)’ 자료를 보면, 충남(11.4%), 경북(12.7%), 전남(14.5%) 등은 고위직 여성 공무원 비중이 부산(3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17개 시·도 전체를 보면,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제주도를 제외한 모든 도의 여성 고위직 공무원 비중이 전국 평균(20.8%)에 못 미치는 10%대에 그쳤다.

17개 시·도 가운데 꼴찌를 차지한 충남도청 인사팀의 문영찬 주무관은 “간부급 인사에서 여성 공무원이 승진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지만, 인사권은 시장·군수에게 있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단체장의 양성평등 의지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고창군의 경우, 무소속 초선인 유기상 군수는 ‘여성친화도시 조성’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해 당선됐으며, 핵심사업으로 ‘공직사회 핵심 보직 여성 진출 활성화’를 추진해왔다.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여성 처음으로 여성가족부 차관을 지낸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않는 관행이 여전하다”며 “기관장의 인사 철학과 의지뿐 아니라 주요 보직 여성 비율 의무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여성공무원 현황. 행정안전부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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