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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전기 안 쓰는 카페’…‘아아’는 없지만 커피향은 더 진하다

등록 2021-04-05 17:00수정 2021-04-05 17:15

5일 하루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비전화 카페에서 손님들이 머신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커피를 내리고 있다. 춘천사회혁신센터 제공
5일 하루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비전화 카페에서 손님들이 머신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커피를 내리고 있다. 춘천사회혁신센터 제공

5일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에 있는 춘천사회혁신센터 건물 1층 카페에선 평소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카페를 밝히던 화려한 조명은 모두 꺼진 채 곳곳에 놓인 양초가 카페를 희미하게 밝혔다. 어제까지만 해도 각종 라떼에서부터 탄산수 등 14종류의 다채로운 메뉴를 주문할 수 있었지만 이날은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메밀차, 사과주스 등 단 3종류만 주문이 가능했다.

식목일을 맞아 춘천사회혁신센터가 마련한 ‘비전화 카페’의 모습이다. 비전화 카페는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카페’라는 뜻으로 에너지 절약과 환경, 탄소 배출량 감소를 실천하는 ‘언플러그드 카페’인 셈이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탓에 불편도 컸다. 냉장고나 제빙기를 사용하지 않아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같은 차가운 음료는 맛볼 수조차 없었다. 얼음을 얼리는 과정조차 전기가 들어간다고 생각해 뜨거운 음료만 제공됐다. 흔한 무료 와이파이도 없었고, 청소도 진공청소기보다 빗자루에 의존해야 했다.

커피머신도 쓸 수 없다 보니 드립 커피로만 제공됐다. 대신 손님이 직접 커피콩을 갈고, 내려 먹을 수 있도록 했고 불편함을 견딘 대가로 반값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이 카페는 이날 하루 동안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운영하면서 약 20㎾h의 전기 에너지를 절약했다. 1㎾h는 전기차 기준 약 7㎞를 이동할 수 있는 에너지로, 20㎾h면 서울~춘천을 왕복할 수 있는 에너지다.

춘천사회혁신센터는 이날에 이어 오는 23일 한 차례 더 비전화 카페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시범 운영을 거쳐 다른 카페에도 이 실험을 확산하는 것이 목표다. 2019년 기준 춘천에 등록된 커피 전문점만 483곳에 이른다. 이들 카페가 단 하루 동안 만이라도 동참하면 약 4600가구가 한 달 동안 생활할 수 있는 에너지(9660㎾h)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카페를 이용한 최상희(26)씨는 “전기가 없어 카드 결제도 할 수 없고, 형광등 대신 창문 사이 햇빛과 양초에 의지해야 해 불편한 점은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삶의 방향을 몸으로 느끼는 소중한 순간이 됐다”고 말했다. 김혜원(29)씨도 “기계 없이 직접 커피를 내려 먹느라 평소보다 시간이 걸렸지만 이 과정에서 평소 지나치던 카페 직원들과 대화도 할 수 있었고 새로운 사람과 얘기할 수 있어 즐거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사업을 맡은 임창규 매니저는 “이날 행사는 비전화 전용 시설이 아니라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든 카페에서 참여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한 것이 특징이다. 비전화 카페뿐 아니라 도시 전체가 에너지 전환의 실험장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펴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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