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발생한 산불로 피해를 본 강원도 홍천에 있는 보호수가 보살핌 덕분에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줄기에 황토를 바른 모습. 강원도 제공
축구장 28개 면적이 잿더미가 된 산불 탓에 큰 피해를 본 수령 160년생 보호수가 외과수술 등의 보살핌 끝에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는 최근 도산림과학연구원을 통해 홍천 보호수에 대한 수세를 측정한 결과 새로운 잎이 돋아나는 등 정상 수치를 보이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강원도는 산불이 진화된 다음 날부터 수세가 약해진 보호수가 소나무좀 등 천공성 해충의 2차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보고 줄기에 황토를 바르는 등 보호수 건강회복을 위한 특별 관리에 착수했다. 또 산불에 그을린 일부 가지를 잘라내고, 영양제도 두 차례 주사했다.
지난달 23일 발생한 산불 당시 산불진화대원이 보호수를 지키기 위해 산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산림항공본부 제공
지난달 23일 홍천군 화촌면 성산리에서 난 산불로 산림 20만㎡가 소실됐다. 당시 화마는 순간최대풍속 초속 8m에 이르는 강풍을 타고 소나무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공중에서 물을 뿌리던 헬기가 날이 어두워 철수한 탓에 오로지 인력으로만 불을 꺼야 하는 상황이었다.
진화대원들은 현장으로 출동해 연기에 턱턱 막히는 숨을 참아가며 소나무로 불이 번지지 않게 연신 물을 뿌렸다. 주변의 잔디가 새까맣게 타고, 소나무도 줄기와 뿌리가 그을리는 등 큰 피해를 보았다. 하지만 진화대원들 덕분에 직접적인 피해는 피할 수 있었다.
지름 90㎝, 높이가 6m인 이 소나무는 1985년 3월21일 보호수로 지정됐으며 수령이 160년이나 된다. 마을에서는 ‘방석 소나무’라고 부르며 신성시하고 있다. 사진작가의 촬영지로도 인기가 있다. 특히 6·25전쟁 당시 고사했다가 서울 수복일(9월28일)과 동시에 살아나 국운과 함께 한 소나무로도 유명하다.
박용식 강원도 녹색국장은 “산불로 피해를 본 보호수는 앞으로도 지속해서 관리하는 등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보호수를 산림문화자원으로 보호·관리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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