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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쇄기 산재’ 사업주 416일 만에 옥중사과…유족은 마지못해 수긍

등록 2021-07-12 17:12수정 2021-07-12 17:25

사고 낸 조선우드 사업주 용서하느냐는 질문에
부친 “어렵고도 쉬운 질문…100% 만족 못해”
12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민주노총 광주본부 교육실에서 폐자재처리업체 조선우드 박상종 대표가 옥중에서 유족에게 보낸 사죄문을 박씨의 부인(오른쪽)이 대신 낭독하고 있다. 조선우드에서는 지난해 5월 지적장애를 가진 고 김재순씨가 홀로 파쇄기를 다루다 사망했다. 올해 5월 1심 재판부는 안전대책에 소홀히 했다며 박씨에게 책임을 물어 징역 1년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12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민주노총 광주본부 교육실에서 폐자재처리업체 조선우드 박상종 대표가 옥중에서 유족에게 보낸 사죄문을 박씨의 부인(오른쪽)이 대신 낭독하고 있다. 조선우드에서는 지난해 5월 지적장애를 가진 고 김재순씨가 홀로 파쇄기를 다루다 사망했다. 올해 5월 1심 재판부는 안전대책에 소홀히 했다며 박씨에게 책임을 물어 징역 1년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광주의 한 폐자재처리공장에서 미흡한 안전조처로 청년노동자를 숨지게 한 업체 대표가 사고 416일 만에 사죄했다. 유족과 노동단체는 사과를 받아들이며 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12일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는 기자회견을 열어 조선우드 대표 박상종씨가 옥중에서 고 김재순씨 유족에게 보낸 친필 사죄문을 공개했다. 사죄문은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씨의 부인이 낭독했다. 지적장애인인 고 김재순(사고 당시 25살)씨는 지난해 5월22일 오전 10시30분께 조선우드에서 혼자서 일하던 중 폐수지 파쇄기계에 몸이 빨려 들어가 숨졌다. 1심 재판부는 조선우드에서 2014년에도 목재 파쇄기에 60대 노동자가 끼어 숨졌지만 박씨가 안전조치를 소홀히 했다고 판결했다.

박씨는 사죄문에서 “재순이의 명복을 빈다. 사고 없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야 했는데 부족했다. 안전설비를 갖추지 않아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김재순씨) 어머님 아버님께 마음으로 깊이 사죄를 드린다. 앞으로는 안전설비를 더 꼼꼼히 챙겨 이런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낭독을 마친 박씨의 부인은 일어서서 옆자리에 있던 김씨의 아버지 김선양씨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김씨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떨궜다.

김씨는 입장문을 통해 “못난 아비인 저는 416일 동안 노동계, 정치계, 시민단체와 함께 명확한 진실과 사업주의 엄중 처벌, 진심 어린 사죄를 받아내기 위한 투쟁을 벌였다. 이번 일을 통해 산재사고를 은폐하고 축소하기에 급급한 자본과 권력자들이 노동은 세상을 움직이는 거대한 힘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박씨를 용서하느냐’는 언론의 물음에 “어렵고도 쉬운 질문이다. 사죄문에 100% 만족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용서하지 않고 간다면 너무 힘들어 용서해야 할 것 같다”고 답변했다.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일으킨 광주 폐자재처리업체 조선우드 박상종 대표가 옥중에서 유족에게 보낸 사죄문의 일부.금속노조 광주본부 제공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일으킨 광주 폐자재처리업체 조선우드 박상종 대표가 옥중에서 유족에게 보낸 사죄문의 일부.금속노조 광주본부 제공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일부 민주노총 회원들은 박씨가 항소심에서 형량을 줄이기 위해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씨는 “김씨가 시키지 않은 일을 하다 과실로 숨졌다”고 주장했으나 올해 5월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박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은 14일 광주지법에서 열린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지금까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업주는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처벌을 받았다. 징역형을 받은 박씨는 상당히 놀랐을 것이다. 박씨의 가족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사죄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 유족 또한 이번 사죄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씨 사망사고는 올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법은 산재 사고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처벌이 주요 내용이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이 3년 유예되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노동계에서는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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