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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침범한 가로수 뿌리 ‘싹둑’…보행자는 편해졌는데 최선일까

등록 2021-07-30 04:59수정 2021-07-30 10:08

광주 노약자·장애인들 “걷기 불편”
잇단 민원에 평탄화 공사하지만
절단면 썩으면 자칫 쓰러질 위험
담장 허물고 길 넓힌 공존 사례도
광주시 북구 유동 역전지구대 건너편 인도의 메타세쿼이아 뿌리가 밖으로 튀어나와 있다. 정대하 기자
광주시 북구 유동 역전지구대 건너편 인도의 메타세쿼이아 뿌리가 밖으로 튀어나와 있다. 정대하 기자

“가로수 뿌리가 파고들어와 인도가 움푹 팼어요.”

광주시 북구 유동 역전지구대 건너편 한 상가에서 만난 ㄱ씨는 지난 23일 “울퉁불퉁한 인도 때문에 노약자나 장애인들이 걷기 불편하다”고 말했다. 유동 오리탕거리 들머리에서 광주역 방향으로 이어지는 150여m 인도는 보도블록과 아스콘을 밀고 올라온 메타세쿼이아 뿌리들로 울퉁불퉁했다. 광주 5개 구청엔 이런 민원이 제기된 곳이 남구 진월동 국제테니스장 앞 건너편(소나무) 등 12곳에 이른다.

이용섭 광주시장(왼쪽)과 서대석 서구청장(오른쪽)이 지난해 광주시 서구 금호동 도시공사 1단지 아파트 앞 가로수로 막힌 인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서구청 제공
이용섭 광주시장(왼쪽)과 서대석 서구청장(오른쪽)이 지난해 광주시 서구 금호동 도시공사 1단지 아파트 앞 가로수로 막힌 인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서구청 제공

노약자나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은 가로수나 가로수 뿌리를 그대로 둬 보행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강경식 장애인정책연대 상임대표는 “가로수 때문에 휠체어가 지나가기 힘든데, 대체 도로도 없는 경우도 있다. 교통약자 보행 환경과 관련한 전수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 남구 진월동 국제테니스장 건너편 인도에 있는 소나무는 교통약자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 정대하 기자
광주시 남구 진월동 국제테니스장 건너편 인도에 있는 소나무는 교통약자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 정대하 기자

광주시 남구 송하동 부일정미소 앞 인도엔 오래된 메타세쿼이아들이 인도를 점유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광주시 남구 송하동 부일정미소 앞 인도엔 오래된 메타세쿼이아들이 인도를 점유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문제는 보도로 튀어나온 뿌리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구청에선 가로수 뿌리 돌출 민원이 제기되면 중장비를 동원해 뿌리를 잘라내고 평탄하게 하는 보도정비 공사를 한다. 이 경우 한쪽 뿌리가 약해지면서 가로수가 도로나 인도로 쓰러질 수 있다.

이홍우 아보리스트(나무관리사)는 “가로수 뿌리를 돌출된 부분만 보고 절단하면 잘린 부분부터 썩어들어간다. 뿌리 전체를 보고 절단한 뒤 나무가 회복될 수 있도록 잘라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 도시공사 1단지 아파트에 담장을 허물기 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뿌리가 튀어나와 주민들의 통행이 불편했다. 서구청 제공
광주시 서구 금호동 도시공사 1단지 아파트에 담장을 허물기 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뿌리가 튀어나와 주민들의 통행이 불편했다. 서구청 제공

하지만 가로수 뿌리를 세심하게 배려, 관리하는 보도정비 공사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인도 정비에 전문 나무관리사가 참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광주시 ‘도시림·생활림·가로수 조성 및 관리 조례’에도 뿌리 관리에 관한 특별한 규정은 없다. 한 구청 관계자는 “가지치기나 관리 업무는 공원녹지과에서 담당하지만, 보도정비는 도로과 담당”이라고 말했다.

가로수 뿌리를 잘라야 할 경우엔 교체가 답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은일 전남대 교수(조경학)는 “도시 여건상 뿌리 돌출 문제는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살아 있는 생물인 뿌리에 손을 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주민들이 참을 만한 수준을 넘어서 뿌리를 잘라야 하는 상황이 오면 수종을 교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광주 가로수는 16만1904그루로, 은행나무(27.7%), 느티나무(22.6%), 이팝나무(15.6%)가 3분의 2가량을 차지하고, 속성수인 플라타너스(2.2%)와 메타세쿼이아(6.2%) 비중은 많이 줄었다. 은행나무와 메타세쿼이아 등 ‘심근성’ 수종은 뿌리가 3~8m까지 지하로 뻗어 내려가고, 플라타너스와 벚나무 뿌리는 뻗는 범위가 4.5m 정도다. 딱딱한 지반 탓에 뿌리가 아래로 더 뻗을 수 없으면 폭이 2m밖에 되지 않는 인도로 올라온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 도시공사 1단지 아파트에 담장을 허물고 보도를 넓혀 주민들이 오가기가 편해졌다. 서구청 제공
광주시 서구 금호동 도시공사 1단지 아파트에 담장을 허물고 보도를 넓혀 주민들이 오가기가 편해졌다. 서구청 제공

가로수를 보호하면서 교통약자 보행권 보장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광주시 서구 금호동 도시공사 1단지 아파트에서는 메타세쿼이아 135그루의 뿌리가 올라온 인도 170m 구간이 문제가 됐다. 아예 가로수를 뽑아내고 새로운 수종을 심자는 방안을 두고 주민들 의견은 찬반으로 팽팽하게 나뉘었다. 이에 광주시와 서구청은 주민들과 지난해 10여차례 간담회를 열었고, 주민들이 사유재산인 아파트 담장을 허무는 안에 동의해 서구청은 사업비 2억원을 들여 보도 폭을 30㎝가량 넓히는 사업을 끝냈다. 전문가들은 “가로수 수종과 주변 환경 등의 기초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가로수 뿌리를 어떻게 관리할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광주시 북구 유동 역전지구대 인근 보도. 정대하 기자
광주시 북구 유동 역전지구대 인근 보도.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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