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씨가 2019년 3월11일 광주지법에 처음으로 출석하자 광주시민이 법원 인근에서 전씨를 규탄하고 있다.<한겨레>자료사진
전두환(90)씨가 오는 9일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사자명예사건 항소심 공판기일에 출석하겠다고 예고하면서, 5·18단체가 그의 ‘마지막 사죄’를 촉구하려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6일 5·18기념재단의 말을 종합하면 이 사건 피해자인 고 조비오 신부의 유족과 5·18단체(기념재단, 유족회,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 기념행사위원회)는 지난 5일 회의를 열어 전씨 방문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에서 5·18단체는 재판 시작 한 시간 전부터 광주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5·18 단체들은 전씨를 규탄하고 그에게 사죄를 촉구하는 성명서도 낭독한다. 단체들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 시민들과 함께 법원 주변에서 전씨의 엄벌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집회를 벌이기로 했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고려해 참석인원은 50명 아래로 하기로 했다.
광주지법과 경찰도 6일 전씨의 출입 동선을 확인하고 언론과 사진 선(포토라인)을 조율하는 등 전씨 출석에 따른 물리적 충돌 등을 막으려 준비하고 있다. 류봉근 광주지법 공보판사는 “전씨의 출석, 불출석 두 가지 경우를 모두 고려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5·18 단체들이 이런 준비를 하는 것은 전씨의 9일 법정 출석이 사실상 그의 마지막 광주 방문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365조 2항에은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정한 기일에 출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즉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아도 항소심 선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전씨는 이 조항을 근거로 항소심에는 출석하지 않았다. 전씨 쪽 변호인은 5월10일 첫 공판기일 때 전씨의 건강 문제를 핑계 삼아 불출석 요청서를 제출하려 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형사사건은 인정신문과 선고기일을 제외하고 피고인의 불출석을 허가하고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지난달 5일 4차 공판기일 때 전씨의 변호인이 계엄군 9명을 증인으로 신청하려 하자 항소심 재판부는 전씨의 불출석에 따른 불이익으로 증거 신청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전씨 쪽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9일 공판 출석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전씨가 갑자기 법정에 나오겠다고 하는 걸 보면 항소심 재판부의 불이익 경고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 같다”며 “향후 선고 공판에 전씨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어 이번 법정 출석을 마지막 광주방문으로 보고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전씨는 1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했고, 검찰도 “형량이 가볍다”며 항소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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