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27일 미얀마 양곤에서 영어뉴스채널 <시엔에이> 소속 기자들이 차 안에 숨어 찍은 무장 경찰 모습. 이 보도 영상은 제1회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뉴스 부문에 선정됐다. 5·18기념재단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벨라루스 독재정권의 불법선거를 고발하고 미얀마 인권탄압 현장을 찍은 영상이 ‘2021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초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조직위원회’는 1일 광주광역시 서구 5·18기념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초대 수상작을 발표했다. 이 상은 1980년 광주의 참상을 세계에 알린 독일기자 고 위르겐 힌츠페터(1937∼2016)를 기리기 위해 올해 처음 만들어졌다.
대상인 ‘기로에 선 세계상’은 벨라루스 출신인 미하일 아르신스키 영상기자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두려워하지 마라>가 선정됐다. 대상 이름 ‘기로에 선 세계상’은 독일 언론인 힌츠페터가 1980년 광주 5·18 현장에 잠입 취재해 만든 다큐멘터리 <기로에 선 한국>에서 따왔다.
위성방송 소속 아르신스키는 2020 벨라루스 대선 기간 중 야당후보 진영을 따라다니며 불공정 선거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대중 집회를 취재하다 경찰에 체포돼 10일간 구금되기도 했다.
제1회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대상에 오른 벨라루스 출신인 미하일 아르신스키 영상기자의 다큐멘터리 <두려워하지 마라> 장면. 5·18기념재단 제공
뉴스 부문에는 미얀마 출신 노만(가명), 콜린(가명) 영상기자가 취재한 <미얀마군, 강제진압 수위 강화>가 이름을 올렸다. 싱가포르 영어뉴스 채널 <시엔에이>(CNA) 소속인 이들은 올해 2월27일 미얀마 양곤에서 벌어진 군부쿠데타 반대시위를 취재해 당일 보도했다. 이 영상은 일인칭 시점으로 총소리에 놀라 달아나는 모습, 거친 숨을 몰아쉬며 차안에서 경찰의 시야를 피하는 장면이 생생히 담겨 있다.
특집 부문은 이탈리아 출신 브루노 페데리코 기자가 콜롬비아와 파나마의 협곡, 정글을 지나 미국으로 향하는 이주자들과 동행하며 취재한 <필사적인 여정>이 뽑혔다. 심사위원들은 이주민이 사회에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 행복을 바라는 일반시민이라는 사실을 보여준 점을 높이 샀다고 밝혔다.
제1회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오월광주상 수상자로 선정된 고 유영길 전 미 <시비에스>(CBS) 영상기자.5·18기념재단 제공
비경쟁부문인 공로상 ‘오월광주상’ 수상자는 고 유영길(1935∼1998) 전 미국 <시비에스>(CBS) 서울지국 영상기자가 선정됐다. 고인은 힌츠페터보다 하루 앞선 1980년 5월19일 광주 금남로에 계엄군이 투입된 상황을 컬러영상으로 담았고 당일 미국 시비에스를 통해 처음 5·18을 세계에 알렸다.
시상식은 10월 27일 서울에서하며, 수상자에게 상금 1만달러와 트로피를 수여한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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