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군 주민기획단이 지난 2일 만경강변에서 ‘노을음악회’를 진행했다. 노을이 지는 강변에서 청년음악가 3명이 공연했다.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제공
“학창시절에 읽던 만화책을 보는 순간 잠시 잊고 있었던 소녀시절이 떠올랐고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아이는 흑백 만화책이 생소한지 ‘엄마! 왜 만화책이 까매?’라고 물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행사들이 줄고 있는데 이렇게 소규모 지역행사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한 주민참여자)
전북 완주군이 주민 자율성과 문화공동체 형성을 위한 의미있는 작은 마을축제를 펴고 있다. 군에서 주민들이 직접 축제의 주제 선정부터 행사의 진행까지 실행하도록 돕는 것이다. 군은 올해 상반기 문화현장 주민기획단 공고를 통해 ‘완주문화장날@’ 사업을 추진했다. 여기에 선정된 7개 주민기획단은 이번 가을을 맞아 완주군 곳곳에서 7개의 작은 주민축제를 각각 다채롭게 열고 있다.
완주군 용진읍 주민기획단 용바우공동체가 지난달 17~18일 ‘정원투어 힐링·예쁜 마을 만들기’ 행사를 열었다.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제공
완주군 용진읍 용암마을 주민들로 꾸려진 주민기획단 용바우공동체는 지난달 17~18일 주민 참여로 골목길 벽화를 완성하고, 꽃과 식물을 안내하는 수제 안내판 등을 함께 제작했다. 주민 5명의 집 정원을 개방했다. 문화장날을 통해 원주민과 이주민의 교류하는 장을 만든 것이다. 주민 오영란씨는 “단지 아름답게 가꾼 정원을 개방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닫힌 대문을 열어 마음마저 여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이주민과 원주민의 구분 없이 문화활동을 통해 함께 마을을 가꿔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주민기획단 ‘랄라만경 페스타’는 주부들이 지난 2일 만경강 노을을 보기 위해 추억여행을 떠났다. 시간대별로 ‘추억의 만화방’과 ‘노을음악회’를 진행했다. 노을이 지는 강변에서 옛날 만화책을 보았고, 주부들이 자신의 애창곡 18번을 불렀다. 또 청년예술가 3명으로 꾸려진 밴드가 강변에서 공연을 가졌다. 이 영상은 12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그리고 주민기획단 ‘소상공인 직업체험 봉자니아’는 오는 16일 봉동읍 둔산리 일대 9개 공방에서 청소년들이 직업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행사를 갖는다.
동상면 사봉리 묵계마을 주민기획단은 오는 25일 오후 2시 마을 주변 은행나무 숲에서 음악회 ‘참 예쁜 가을 스케치’를 갖는다. 자신들의 장기를 자랑하고, 가수 박강수씨를 특별 초청해 음악을 감상한다. 약 2500평 규모의 은행나무 숲을 알리기 위해서 행사를 기획했다고 한다. 주민 박영환씨는 “우리 주변에 있는 익숙한 장소들도 문화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준비하면서 주민들끼리 더 알 수 있었고, 은행나무 숲을 알리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음악회가 열릴 완주군 동상면 은행나무 숲.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제공
또 11월6일 오후 삼례읍 하리 운동장에서는 ‘강변에 가을이 오는 소리’ 음악회가 열린다.주민들이 직접 공연에 참여한다. 그리고 11월6일 봉동읍에서는 주민들이 물품과 재능을 공유하는 행사가 ‘두 번째 쓸모’라는 주제로 열린다. 재활용하는 일종의 아나바다 행사다. 나에게는 필요없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필요한 물품 등을 교환하는 의미있는 행사다. 학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하는 용진읍 주민기획단 ‘리멤버 리멤버’는 역사기행을 한다. 4차례에 걸쳐 완주 위봉산성과 서원 등 주변의 역사적인 장소를 찾아 사진과 영상을 찍은 뒤 11월20일 발표회를 연다.
주민들로 꾸려진 주민기획단이 서로 회의하는 모습.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제공
문윤걸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장은 “완주문화장날은 주민들의 생활권 내 장소와 공동체들이 지닌 문화적 특성을 풀어내는 작은 축제다. 코로나 상황이어서 대안으로 소규모 축제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완주군은 생활권내 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의 문화적 재생사업 ‘완주문화장날’을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는 7개 팀을 선정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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