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전북 익산시 실내체육관 앞에서 요소수를 사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익산시 제공
“한통 밖에 사지 못해 아쉽지만, 이것만도 고맙네요.”
요소수 품귀가 사회경제적 큰 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호남에서 유일한 요소수 생산업체인 전북 익산시 (유)아톤산업이 9일 익산 실내체육관 앞에서 시민들에게 직접 요소수를 판매하고 나섰다. 화물차를 보유한 유아무개(49)씨는 1만5천원에 10ℓ 한통을 사들고 “애초 20ℓ까지 살 수 있다고 해서 왔는데, 몹시 서운하다”면서 연신 아쉬워했다.
회사 쪽과 협약을 맺은 익산시는 애초 화물차량·건설기계는 1회에 20ℓ, 일반승용차는 10ℓ를 구매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이날 시민들이 몰리는 바람에 10ℓ로 통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아무개(70)씨는 “10ℓ들이 한통은 이틀이면 동난다. 이왕에 직접 판매하는 것이라면, 먼곳까지 오지 않도록 주유소에 위탁해 판매하면 더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익산시는 날짜별 홀짝제(차량번호 끝자리 기준)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판매한다’고 홍보했고, 이날 현장에서 시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은 차량등록증을 이용해 구매 희망자들이 시민임을 확인한 뒤 ‘익산시’라고 적힌 띠지를 손목에 달아줬다. 이날 준비한 10ℓ짜리 225개는 판매를 시작한지 2시간도 안된 오전 11시40분께 모두 소진됐다. 여유롭게 판매장을 찾았다가 허탕을 친 시민들은 “추운 날씨에 떨고 서 있었는데, 물량이 떨어졌다니 시민들을 우롱하는 거냐. 적은 물량으로 생색내기 아니냐”며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익산시 쪽은 “물량을 넉넉하게 확보하지 못해 죄송하지만, 생산량이 적어 딱히 방법이 없다. 현재 인터넷에서 한통에 10만원 안팎에 거래되기도 하는데, 아톤산업이 정상가격으로 물량을 공급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북 익산 제2일반산업단지에 있는 아톤산업은 중국의 수출규제 전에 운좋게 원재료 물량(6천t)을 확보했다. 평상시 하루 8시간 가동하면 10만리터(100t)를 생산할 수 있는 이 회사는 차량용 요소수 전국 시장점유율은 1~2%에 불과하다.
회사 쪽은 요소수를 달라는 문의가 빗발쳐 업무에 차질을 빚을 정도라고 한다. 회사 쪽은 “원재료만 충분하면 완전가동을 할 수 있으나 지금은 그럴 형편이 아니다”며 “정부가 산업용의 차량용 전환을 검토한다는데, 그러면 최대 한달가량은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9일 오전 익산시 실내체육관 앞 요소수 판매장에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익산시 제공
익산시와 아톤산업 등은 지난 4일 관내 요소수 필수차량 우선공급 협약식을 맺었다. 익산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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