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권장하고 자긍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도서관 찬가를 만든 전북 김제 희망남포 작은도서관. 도서관 앞에서 주민들이 악보가 든 파일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남포도서관 제공
“남포 들녘은 역사가 있는 곳 우리 전통이 살아 숨쉬는 곳~/ 넓고 따뜻한 평야가 펼쳐지고 땅과 하늘이 만나는 드넓은 세상/ 푸르른 풀꽃이 놓여져 있을 때면 따뜻한 봄바람이 훨훨 불어오네~/ 긴 여름 지나고 가을이 오면 길가에 코스모스 반기네~/ 희망이 가능찬 우리들의 푸른 꿈이 세상 어디든 밝은 등대 되어주네~/ 따뜻한 마음이 가득 담긴 우리 세상 늘 희망을 주는 남포도서관~.”
시골의 작은 도서관이 자신을 알리는 도서관 찬가를 만들었다.
전북 김제시 성덕면 남포리 ‘희망남포 작은도서관’. 이곳을 책임지는 시각장애인 오윤택(60) 관장이 그의 도서관을 알리는 <희망의 등대>라는 도서관 노래를 만들었다. 작사·작곡은 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남포도서관과 인연을 맺은 음악강사 김주희(27)씨가 맡았다.
도서관 노래를 만든 것은 이곳이 마을의 역사를 담은 소중한 곳이기 때문이다. 오 관장은 어려움 속에서도 1984년에 시골 학생들을 위해 ‘남포문고’를 열었다. 2007년에는 서비스 확대를 위해 이름도 희망남포 작은도서관으로 바꿨다. 햇수로 38년 동안 책방과 도서관을 이끌어온 오 관장이 도서관 노래를 주민들과 합창해 공개하면 자긍심을 더 가질 것 같아서 시작했다.
도서관 찬가를 만든 전북 김제 희망남포 작은도서관에서 주민들이 합창을 통해 노래를 연습하고 있다. 남포도서관 제공
시각장애에 때문에 오 관장은 작사를 위해 글씨를 쓰는 작업을 하면 눈이 붓고 통증이 심하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들은 김씨가 좌절을 극복하는 ‘희망’과 길잡이를 뜻하는 ‘등대’를 주제어로 곡을 완성했다. 작곡을 전공한 김씨는 “관장님이 열정이 너무 뜨거워 도와드렸다. 창작물이 모두 내 책임이기에 긴장을 했으나 잘 완성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일상을 회복해 주민들이 이 노래를 마을 로고송으로 애창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사·작곡은 끝났지만 아직 노래를 입히는 마무리를 못했다.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60대 이상 주민들이 합창 연습 중이다. 지휘·감독은 오 관장 친구인 홍강의 목사, 피아노 반주는 홍주화 김제 해바라기유치원장이 맡았다. 올 연말에 곡을 선보인다. 오 관장은 “우리 도서관이 그동안 마을 쉼터, 사랑방, 농촌문화의 세트장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도 공동체를 중심으로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의 쉼터이자 사랑방 역할을 하는 희망남포 작은도서관에서 전북 김제 해바라기유치원 어린이들이 현장학습을 하는 모습. 남포도서관 제공
희망남포 작은도서관은 지난해 전북도가 주관하는 작은도서관 운영평가에서 비대면 서비스 활성화 노력을 인정받아 우수 도서관으로 선정됐다. 코로나 2차 대유행이 있었던 지난해 8월부터 무료로 책 배달·반납을 처리하는 ‘도서배달 원스톱서비스’를 시작해 ‘기다리는 도서관’에서 ‘찾아가는 도서관’으로의 기능을 강화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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