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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방송서 본 광주 참상 충격”…파독 광부·간호사의 5·18 이야기

등록 2021-12-03 15:19수정 2021-12-03 15:27

5·18기념재단, ‘구술록-독일편’ 발간
1980년 5월 독일 베를린 쿠담 거리에서 교민들이 5·18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거리 시위를 하고 있다.5·18기념재단 제공
1980년 5월 독일 베를린 쿠담 거리에서 교민들이 5·18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거리 시위를 하고 있다.5·18기념재단 제공

“광주항쟁은 내 안에 들어있던 레드콤플렉스를 희미하게 해줬어요.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가치관을 부여하는 계기였어요.”

‘재독 한인운동의 대모’로 불리는 최영숙(77)씨는 경북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1966년 서독 베를린에서 간호사 생활을 시작하며 사상의 혼란을 겪었다고 했다. 당시 서독도 한국처럼 반공정서가 있었고 1967~1969년 동백림 사건과 유럽간첩단 사건이 잇따르며 독일에 사는 한국인들은 늘 자신의 사상을 스스로 검열하곤 했었다. 최씨는 1980년 5월 영상으로 찍힌 광주의 끔찍한 인권 유린 장면들을 보면서 ‘반공 정서’를 걷어내게 됐다고 했다.

최씨는 “1980년 5월22일 독일 공영방송에 나오는 광주 참상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두 아이의 엄마였지만 뭐라고 해야겠다는 생각해 유학생·간호사 출신 동료들과 홍보 활동과 시위 조직을 했다. 사회운동에 참여하며 레드콤플렉스에 대한 무서움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후 한독문화협회, 전태일열사 기념사업회 유럽지부, 재유럽 민족민주운동협의회, 6·15 공동선언실천 유럽지역위원회) 등에 참여했고 2010년부터는 한민족 유럽연대 의장을 맡으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1965년 파독 광부로 독일 땅을 밟은 이종현(85)씨도 독일인 부인과 매년 열리는 오월민중제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1974년 한국 공관의 감시 속에서 재독민주사회 건설협의회 창립회원으로 활동한 그는 5·18 때 광주시민이 굴복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재독 한인 운동단체들이 서로 연대했다고 했다.

이씨는 “조직 이기주의가 있었던 독일 내 한인 단체들이 5·18을 계기로 한국 민주화와 통일운동을 함께할 수 있었다. 저항 정신은 자유와 민주화를 의미한다. 5·18정신은 분단 극복의 밑거름이 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2019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39주년 재유럽오월민중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5·18기념재단 제공
2019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39주년 재유럽오월민중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5·18기념재단 제공

독일에 살고 있던 한국인 광부와 간호사, 교포들이 경험했던 5·18 이야기를 소개하는 책이 나왔다.

5·18기념재단은 “<구술생애사를 통해 본 5‧18의 기억과 역사 11: 독일 편>을 발간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책은 5부로 나눠 21명의 생애와 정체성, 가치관 등을 담았다.

1부 ‘마흔해의 오월’에서는 최영숙, 이종현, 임희길, 프랑크푸르트 한인 소모임(박화자·송금희·박정숙·채명수·류소영·강숙)의 입을 빌려 재독 한인운동의 역사와 5·18과의 관계를 설명한다. 2부 ‘소녀 가장에서 깨어있는 여성으로’에서는 김순님, 서의옥, 김진향, 정현옥 등 파독 간호사 출신 여성들이 낮은 지위를 극복하고 가족과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3부 ‘경계를 넘어 정의와 화해를 위하여’는 파월 장병 출신에서 파독 광부가 된 윤운섭, 파독 간호사에서 의사가 된 이민자, 이민 1.5세대인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의 삶을 다뤘다. 또 4부 ‘주먹밥 나누는 마음으로’, 5부 ‘독일 차세대: 오월민중제의 또 다른 의미’에서는 각각 교회를 중심으로 한 한인 노동운동, 5·18을 바라보는 2∼3세대의 활동을 소개했다.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광주의 고통에 먼저 손을 내민 독일 교포들이 있었기에 5‧18이 한국 민주화운동의 주요 사건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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