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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년간의 눈물 닦아줘야”…9일 여순사건 희생자 국가배상 선고

등록 2021-12-08 16:22수정 2021-12-08 16:41

서울중앙지법, 9일 여순사건 희생자 고 장환봉씨 유족 민사소송 선고
1948년 당시 순철열차사무소 소속 철도원들. 여순민중항쟁전국연합회 제공
1948년 당시 순철열차사무소 소속 철도원들. 여순민중항쟁전국연합회 제공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여순사건 희생자의 국가배상액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16민사부는 9일 오전 10시 이 법원 민사법정 동관 565호에서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고 장환봉(당시 29·순천역 철도원)씨의 유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선고공판을 연다. 장씨의 유족인 부인 진점순(98)씨와 딸 경자(76)·경임(73)씨 등은 지난 7월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할 의무를 고의로 위반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봤다며 임금·급여 지급과 정신적 위자료 명목으로 각각 6억~1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지난 9월과 11월 두 차례 변론을 진행했으며 이날을 선고 기일로 잡았다.

선고가 임박하자 여순사건 유족들은 국가폭력 희생자들이 73년 동안 겪었던 고통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순민중항쟁전국연합회는 8일 보도자료를 내고 “여순사건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국가배상 등 논의는 빠졌다”며 “형사재판의 재심을 통해 먼 길을 돌아온 유족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사법부가 앞장서 달라”고 촉구했다. 유족들은 이어 “이번 재판은 제주4·3, 여순사건, 4·19혁명 등을 거치면서 발생한 억울한 희생자들을 대하는 법원의 태도를 가늠하는 계기”라며 “국가가 과거의 불법행위에 책임지고, 앞으로 법률의 절차를 준수하도록 교훈을 남겨야 한다”고 바랐다. 이우경 이 단체 사무총장은 “법원이 진실화해위원회 인정사건에 대해 4848원칙(본인 8천만원, 배우자 4천만원, 자녀 800만원, 형제자매 400만원 보상)을 기계적으로 적용해왔다”며 “재심으로 무고함을 입증했기 때문에 진일보한 판결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관사 장씨는 1948년 10월26일 정상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고 순천역에 나왔다가 좌익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동료들과 함께 영장 없이 진압군에 체포됐다. 이어 한 달 넘게 감금됐다가 같은 해 11월30일 순천시 생목동 수박등마을 뒷산 공동묘지에서 내란과 포고령 위반 등 죄목으로 총살된 뒤 주검마저 불태워졌다.

유족들은 2011년 11월 진실화해위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법원에 재심을 신청했고, 2014년 12월 재심개시가 결정됐다. 재심을 맡은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는 지난해 1월20일 “범죄의 일시 장소 행위 등을 특정할 수 없고, 영장도 없이 체포한 민간인을 군법회의에 넘기는 등 내용적 절차적 흠결이 명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선고는 검찰이 같은 해 1월29일 항소를 포기하면서 최종적으로 확정됐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바로가기: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72년 만에 무죄 판결

http://www.hani.co.kr/arti/area/honam/92509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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