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농민들이 9일 전남 무안의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앞에서 지게차를 이용해 대형 볏가마(톤백) 60여개를 쌓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제공
풍작으로 쌀값이 떨어지자 농민들이 초과 생산분을 시장에서 격리하라며 야적과 삭발 등으로 투쟁에 나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광주전남연맹은 9일 전남 무안군 삼향읍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앞에서 농민결의대회를 열고, 쌀값 하락을 방치하는 정부를 규탄했다. 농민들은 이날 나주·해남 등 시군 17곳에서 싣고 온 800㎏들이 대형 볏가마(톤백) 60여개를 지게차로 인도에 쌓아두고 항의 집회를 열었다. 농민들은 “쌀 생산량이 수요량의 3%를 초과하면 시장격리가 가능하다”며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30만t을 즉각 시장에서 격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남 영암지역 주민단체 17곳도 전날 영암군청 앞에서 ‘나락 가격 안정을 위한 시장격리 촉구 영암군 공동행동’을 결성하고, 농민 4명의 삭발로 투쟁의 결의를 다졌다. 농민 김봉식(47)씨는 “비축미 방출과 생산량 증가가 겹치면서 농촌의 볏값은 20% 넘게 떨어졌다. 볏값 하락은 두세달 뒤 쌀값 하락으로 나타난다”며 “나락을 내놓지 못하는 농가와 계획을 초과해 사들인 농협이 모두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남 농민들이 9일 전남 무안의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앞에서 농민결의대회를 열고 쌀값 하락을 방치하는 정부를 규탄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제공
올해 쌀 생산량은 388만2천t으로 지난해보다 10.7% 늘어났다. 신곡 수요량 357만~361만t보다 7~8% 많은 양이다. 이 때문에 80㎏ 쌀 한가마 값은 지난 5일 21만344원으로 한해 전보다 3.2%, 한달 전보다 2% 떨어졌다.
김선호 전농 광주전남연맹 사무국장은 “정부는 쌀값을 낮춰 물가를 잡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며 “농민의 요구를 나 몰라라 하면, 항의 시위를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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