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영화는 보기 힘들다고 지레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고 김순악 할머니의 매력에 푹 빠져들다 보면 웃음과 감동, 더 나아가 공감과 위로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순악 할머니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보드랍게>를 연출한 박문칠 전북 우석대 교수(미디어영상학과)는 “기존의 위안부 영화에서 다루지 못한 새로운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했으므로 김 할머니의 삶을 통해 오늘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볼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의 전쟁 같은 삶을 말과 그림으로 이어서 아름다운 꽃으로 피워냈다는 평가를 받는 이 영화는 23일 전국 30여개 극장에서 개봉된다.
박 교수와 사단법인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이 제작하고, ㈜인디플러그가 배급한다. 이 영화는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역이민 온 박 교수가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다룬 <마이 플레이스>(2014년)와 성주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을 담아낸 <파란나비 효과>(2017년)에 이은 세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다.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상과 제12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아름다운 기러기상을 수상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보드랍게> 포스터.
특히 이 작품은 해방 후 수십 년간 침묵을 강요당하며 삶이 곧 전쟁이었던 시간을 조명함으로써, 일본의 책임을 물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못한 한국사회의 문제를 짚고 있다. 더욱이 주인공 김순악 할머니의 삶을 입체적·통시적으로 조망하는 방식을 택해 과거의 여성 ‘김순악’과 현재를 살아가는 이 시대 여성들의 삶을 자연스럽게 잇고 있다. 2019년부터 우석대에서 ‘영상제작법’ 등을 가르치고 있는 박 교수는 “주인공인 김 할머니가 2010년에 운명하셔서 직접 궁금한 점을 인터뷰할 수가 없어 어려움이 있었고, 어떤 방법을 통해 창의적으로 연출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한겨레 호남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