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 완판본문화관이 소장 유물인 초서체 천자문 ‘초천자문’ 영인본을 발간했다. 해마다 학술사업으로 영인본을 간행하는 완판본문화관이 열녀춘향수절가, 홍길동전, 주해천자문에 이어 네 번째로 결과물을 냈다.
‘초천자문’은 조선의 명필 서예가인 한호(한석봉)가 1597년에 초서체로 쓴 천자문을 간행한 책이다. 1989년에 중간된 목판을 사용해 1911년 8월 전주 서계서포(영리를 목적으로 민간에서 판각해 간행한 책방의 이름)에서 발행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조선시대 천자문 관련 서적은 대부분 한자 기초 입문서, 습자 교본, 한시 학습서 등 여러 분야에 활용하기 위해 간행됐다. 한자 기초교육을 위해 천자문을 간행한 경우에는 해당 한자를 큰 글자로 제시하고, 그 아래에 한자의 훈과 음을 한글로, 한자의 뜻은 한문으로 풀이하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완판본문화관이 소장하고 있는 ‘초천자문’은 글자 쓰기를 익히기 위한 습자 교본을 목적으로 편찬한 것이다. 본문은 한호가 쓴 천자문 초서체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초서체를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동그란 원안에 작은 글자로 해서체가, 본문 상단에는 전서체가 양각으로 판각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책의 한쪽에 전서체부터 해서체, 초서체 등 다양한 서체로 천자문을 만날 수 있다.
안준영 관장은 “초천자문은 음각과 양각이 혼용된 판각 기법과 간행 목적에 따라 책을 편집해 출판문화의 양상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며 “앞으로도 영인본의 지속적인 발간을 통해 완판본의 다양성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완판본문화관은 전주지역에서 생산한 각종 출판유산을 보전하고, 기록문화의 산실이었던 전주의 역사·문화를 재조명하기 위해 2011년 10월 전주 한옥마을에 문을 열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사진 완판본문화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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