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내항 째보선창에 위치한 군산 비어포트를 드론으로 촬영한 전경. 군산시 제공
“바다도 완전 코앞이고, 문도 창도 전망이 진짜 최고입니다. 좌석도 많고 공간도 넓어요. 양조장은 미리 신청하면 체험도 가능해요.”
전북 군산시가 운영하는 수제맥주 체험판매관 ‘군산 비어포트’가 입소문을 타면서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지역농업과 청년창업, 도시재생사업을 연계한 사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선도하고 있다.
군산시는 내항 째보선창에 있는 옛 수협어판장을 개조해 지난해 12월18일 수제맥주 체험판매관 비어포트를 개관했다. 째보선창은 일제강점기 어항으로 개발돼 번영을 누렸고, 해방 이후 동부어판장으로 불렸으나, 근해어업 환경이 바뀌면서 그동안 침체해왔다. 옛 도심 활성화에 고심하던 군산시는 2018년부터 이 일대에서 ‘째보스토리1899’라는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했다. 군산항이 문을 연 1899년부터의 역사를 담자는 뜻이다.
째보선창은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 배경이 됐고,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에도 일제가 이곳을 통해 쌀을 수탈해가는 모습도 나온다. ‘째보’는 언청이를 이르는 우리말이다. 와이(Y)자로 살짝 째진 강언덕에 석축을 쌓아 조성한 포구가 언청이처럼 생겼다고 해서 부르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다. 또 하나는 이곳에 힘쎈 째보가 살았는데 부둣가에서 노점 등에게 자릿세를 받아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이다. 째보 객주가 사는 선창이라는 설이다.
째보선창을 살리기 위해 군산시가 주목한 것은 먹거리였다. 이는 2012년 이후 수매 중단으로 판로가 막힌 보리소비처 확대를 고심하던 시의 고민과 맞닿았다.
시는 우선 째보선창 동부어판장 건물을 2018년에 매입한 뒤 개조를 거쳐 공동양조장(연 130t 생산규모)과 체험판매관(200여석)을 조성했다. 아울러 2019년부터 군산지역에 최적인 맥주보리 품종(광맥)을 선정하고 맥주보리 전용 재배단지 32㏊(27농가)를 조성했다. 이렇게 탄생한 군산맥아는 국내 수제맥주 양조장 15곳에 시제품으로 공급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렇듯 시는 째보선창을 중심으로 ‘보리 재배-맥아 가공-맥주 양조-판매’ 등 수제맥주 일괄 생산·판매체계를 갖췄다. 또 여기엔 지역 특산 수제맥주 창업을 위한 양조 전문인력 육성에 공을 들인 것도 주효했다. 지역 청년 10명은 2019년 하반기부터 2020년 초까지 10개월가량 양조기술을 배우도록 지원받아 4개 수제맥주를 창업했고, 현재 16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째보선창 활성화는 지난해 10월에는 국토교통부 주관 도시재생 사례 발표회에서 협업체계를 갖춘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선주 시 먹거리과장은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한 상황임에도 금강하구 장관을 전망하고 양조과정을 들여다보는 색다른 경험에 소비자 반응이 뜨겁다. 앞으론 불 꺼진 째보선창이 낭만 넘치는 맥주선창으로 불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맥주의 원료인 맥아를 처리하는 공장의 전경. 군산시 제공
군산 수제맥주가 일괄 생산·판매체계를 갖췄다. 군산시 제공
공동양조장에서 맥주가 발효되는 과정의 모습. 군산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