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학교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특별전에 5·18민주화운동 유공자인 고 이세종 열사의 유품이 전시 중이다.
올해로 개교 75돌을 맞는 전북대는 오는 3월 말까지 교내 박물관 1층 역사관에서 전북대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특별전 ‘비 위드 유(Be With You), 전북대학교’를 연다. 대학 쪽은 “7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지역사회와 함께한 대학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80년 5월 숨질 당시에 고 이세종 열사가 입었던 피묻은 상의.
이번 특별전엔 5·18민주화운동 첫 번째 희생자인 고 이세종 열사의 사망 당시 입고 있었던 피묻은 옷, 대학 입학수험표 등 자료를 공개해 열사의 염원을 되새기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남규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이번 전시가 의미 있는 것은 5·18민주화운동의 최초 희생자인 고 이세종 열사의 유품이 전시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 평가를 제대로 못 받는 이 열사 등 민주화운동 역사의 전시 비중이 작아 아쉽다. 앞으로 민주화운동 역사 특별전을 열어 풍부한 내용으로 역사를 만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전북도·전주시가 전북민주인권역사기념관과 전주시역사기록관 건립을 위한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지역 민주화운동 역사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 열사의 유품 전시를 계기로 지역민주화운동의 기록·보존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열사(당시 20·농학과 2년 재학)는 1980년 5월17일 전북대 제1학생회관에서 ‘비상계엄 철폐 및 전두환 퇴진’을 요구하며 농성하던 중 18일 0시부터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계엄군이 교내로 진입하자 학생회관 옥상으로 달아났다. 그 뒤 18일 새벽 6시께 학생회관 옆에서 온몸이 피투성이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단순 추락사로 발표했다. 그의 주검을 검안했던 이동근 전북대병원 교수는 훗날 “두개골 골절과 간장 파열은 추락이라는 한 가지 원인에 의해 동시에 발생할 수 없다”며 계엄군에 의한 집단폭행 의혹을 제기했다. 2002년 학술세미나에서 이민규 순천향대 교수는 “5·18 최초의 희생자는 이세종”이라고 밝혔다.
해마다 5월이면 추모비 앞에서 고 이세종 열사를 기리는 추모식이 열린다.
이 열사는 1998년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받아 이듬해인 1999년 국립 5·18민주묘지에 안장됐다. 대학 쪽은 1995년 2월 명예 졸업장을 수여했다. 모교인 전라고에 2002년 총동창회가 추모비를 세웠고, 2003년에는 전북대에 1985년에 세웠던 추모비가 재조성됐다. 2020년에는 고인이 추락한 자리에 표지석이 설치됐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사진 전북대학교 박물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