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전북 전주시청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중선 전주시장 예비후보가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 브로커한테서 인사권을 요구받았다고 폭로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중선 전주시장 예비후보가 7일 “정치 ‘브로커’로부터 (당선될 경우) 시청 인사권을 요구받았다”고 폭로했다.
이 예비후보는 이날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브로커가)‘선거에서 이기려면 후보가 돈을 만들어와야 하는데, 기업으로부터 그 돈을 받을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브로커는 시청 국·과장 자리가 120개가 넘는데 그 자리를 왜 못 주느냐고 했다. 요구한 인사권은 주로 이권과 연계된 건설·산업 쪽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정 목표 실현을 위해서 인사권은 매우 중요하다. 인사권을 공유하자고 제한하길래 ‘그럴 거면 직접 출마하라’고 응수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역 활동을 시작한 지난해 5월부터 브로커들에게 시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으나, 시간이 갈수록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집요하게 나를 압박했다”고 강조했다. 이 예비후보는 이러한 대화를 녹취록 형태로 보관 중이며, 정치 브로커들의 활동이 담긴 다른 녹취록도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 예비후보는 기형적인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브로커는) 지지율을 높일 수 있는 방편도 일러줬다. 통신사 콜센터에 전화해서 주소를 특정 지역으로 옮기겠다고 하면 해당 지역 거주자가 되고, 이를 바탕으로 여론조사 업체가 그 지역에 살지 않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정 후보의 지지자들이 대거 후보자의 지역으로 휴대전화 요금 청구지를 바꾸면 여론조작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중선(가운데) 예비후보가 지난 1일 우범기(오른쪽)·유창희(왼쪽) 예비후보와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깨끗한 선거를 다짐했다. 이중선 예비후보 캠프 제공
이 예비후보는 이날 기자회견 뒤 예비후보를 사퇴했다. 그는 “후보직을 유지한다면, 녹취록 공개가 낮은 지지율을 뒤집기 위한 얄팍한 수로 인식될 수 있다. 정치는 대의명분에 충실해야 한다. 그 때문에 불의와 타협해서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런 의혹 제기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예비후보가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내용을 토대로 내사에 착수한 것은 맞다. 앞으로 녹취록을 확보해 여러 의혹의 실체를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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