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42주년을 맞아 이름 없는 시민군을 작품에 담은 이상호 작가.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42년 전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5월 영령들이 화폭에서 다시 태어났다. 광주 곳곳에서 5·18 희생자들을 기리는 전시가 잇따라 열리며 추모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광주 문화예술대안 공간 메이홀은 4일부터 25일까지 이상호(62) 작가의 초대전 ‘눈 감고, 눈 뜬 오월의 사람들’을 연다. 1987년 미국 비판 걸개그림을 그렸다가 미술인 최초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던 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벽돌공 시민군 이정모씨의 일대기와 옛 전남도청 최후의 항쟁 16인, 시민군 기획실장이었던 김영철 열사의 1998년 임종 직전 모습, 발포 명령을 거부한 안병하 전 전남도 경찰국장 등을 선보인다.
이정모 일대기 그림은 올해 출간된 평전 <이름 없이 죽어간 브로크공 오월시민군 이정모>에 실린 삽화다. 이 작가는 벽돌공으로 일하던 이정모씨가 5·18항쟁에 참여한 뒤 계엄군에게 붙잡혀 수감되고 폭도 누명에 괴로워하다 1984년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28년의 삶을 10장의 그림으로 풀어냈다. 또한 아직 미완성한 ‘도청을 지킨 새벽의 전사들’은 이름 없이 스러져간 시민군을 기억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향후 채색을 한 뒤 5·18기록관에 기증할 계획이다. 김영철 열사의 스케치도 전시가 끝나면 유족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12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광주 동구 갤러리 생각상자에서 열리는 홍성민 초대전 ‘숨’에 출품되는 ‘열사의 고향-우리는 무엇을 보았는가’ 작품.갤러리 생각상자 제공
이번 전시에서는 5·18 작품뿐 아니라 이 작가의 30년 투쟁사도 엿볼 수 있다. 1987년 6월항쟁 때 당한 고문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주기적으로 찾아야 했던 정신병원에서의 삶을 기록한 스케치, 막걸리를 든 본인을 그린 ‘그래 나는 빨갱이다. 어쩔래?’, 조선 후기 민화 형식으로 그린 ‘목포역의 새벽’ 등 대표작들을 내걸었다.
이 작가는 “오월 광주는 이름없는 시민들이 만들어간 공동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나는 그림을 그렸을 뿐 내용은 광주시민들이 채웠다”고 말했다.
홍성민(62) 민중미술작가도 오월 영령들을 위해 붓을 들었다. 홍 작가는 광주 동구 갤러리 생각상자에서 12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초대전 ‘숨’을 연다. 주제 ‘숨’은 ‘육체는 죽어도 공동체 정신은 숨 쉬고 있다’는 의미다.
홍 작가는 거친 수묵 기법으로 저항과 죽음, 생명에 관해 이야기한다. 전시 대표작 ‘열사의 고향-우리는 무엇을 보았는가’(1994)는 국가폭력에 맞섰던 열사 12명의 분노와 고통을 표현했다. ‘대나무’ 연작은 홍 작가가 생각하는 광주 정신을 대나무로 그려낸 것이다.
오월 광주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사진전시도 잇따라 개최했다.
1989년 4월27일 노태우 퇴진본부 선포식 때 광주 전남대 후문에서 김양배 전남일보 사진기자가 찍은 최루탄을 피해 달아나는 시위대.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3일부터 7월26일까지 5·18부터 6월항쟁까지 투쟁현장을 기록한 ‘그들이 남긴 메시지, 억압 속에 눌린 셔터’ 전시회를 연다. 1980년 5월6일 전남대 학생과 경찰의 대치 장면, 1989년 4월 노태우 정권 퇴진 시위에 나섰다가 최루탄을 피해 달아나는 대학생 등 민주화투쟁 현장 사진 250여 점과 취재 수첩 등의 기록물을 공개한다.
5·18기록관은 11일부터 7월31일까지 ‘5·18민주화운동 아사히신문사 미공개컬렉션 특별전’을 열어 일본 <아사히신문> 고 아오이 카츠오 기자가 찍은 1980년 5월 광주 모습을 보여준다. 불타는 <광주문화방송> 컬러사진, 계엄군이 버스에서 시민을 끌어내려 구타하는 모습 등 희귀사진 200여점을 전시한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