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경찰청은 26일 설명회를 열고 전 경찰서장 이아무개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도로교통법 위반,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박임근 기자
무면허 뺑소니 사고를 낸 전직 경찰서장이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시도한 데 이어 현직 경찰관에게도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이를 확인했다면서도 사고처리에 대한 구체적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는 감찰조사를 통해 밝히겠다고 전했다.
전북경찰청은 26일 “전직 총경 이아무개씨가 지난달 24일 사고를 낸 이후 현직 경찰관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자신의 지인 ㄱ씨에게도 전화를 걸어 “네가 차를 운전했다고 경찰에 진술해달라”고 부탁했다. 실제로 지인 ㄱ씨는 담당 조사관에게 연락해 자신이 운전자라고 거짓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가 사고처리와 관련해 청탁을 했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사고에 대한 수사를 일단 마무리하고 이씨와 현직 경찰관과의 통화내용 등에 대해 감찰조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다만 전북경찰청은 이씨가 통화한 현직 경찰관의 소속과 직위, 담당 업무 등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은 사건 초기부터 불거진 전직 서장에 대한 ‘봐주기 수사’ 의혹도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 하지만 수사관을 여러 명 투입하고 휴대전화와 차에 부착된 두 대의 블랙박스를 포렌식 하는 등 교통사고 규모에 비해 긴 시간 동안 수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전북경찰청은 이날 이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지인 ㄱ씨도 범인도피 혐의로 함께 넘겼다.
이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시께 전북 전주시 덕진구의 한 도로에서 베엠베(BMW) 차량을 몰다가 다른 차량을 들이받은 뒤 별다른 조처 없이 현장을 떠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면허가 취소돼 무면허 상태로 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사고 직후 ㄱ씨에게 전화해 운전자임을 지시하며 사고를 은폐하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ㄱ씨는 피해 차량 운전자 가족을 만나 사고를 덮는 대가로 “1800만원을 주겠다”며 합의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고 당일 이씨가 방문한 음식점 폐회로텔레비전(CCTV) 등을 확보해 분석했으나, 이씨가 술을 마시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씨는 전주덕진경찰서장과 완주경찰서장을 지낸 뒤 2017년 퇴임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