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시 백구면 포도재배 농민 등이 11일 오전 전북도청에서 스마트팜 혁신밸리 지하수 대책을 비판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전북 김제시 백구면 농민 조상규(62)씨는 요즘 걱정이 많다. 9256㎡(2800평) 규모로 포도를 재배하는 그는 부족한 지하수 때문에 고민이다. 그는 해마다 3월부터 지하수를 쓰기 시작한다. 그런데 5월이면 물량이 70% 정도로 적어지고, 많은 물이 필요한 8월이면 평소치의 50% 수준 밑으로 수량이 떨어진다. 4년 전부터 이런 현상이 반복된다. 특히 김제시가 추진하는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주변에 들어서면 지하수 고갈은 더 심화할 게 불보듯 뻔하다. 포도만 경작하는 그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김제시 백구면 포도농가 등으로 꾸려진 ‘전북 스파트팜 혁신밸리 반대대책위’가 지하수 고갈과 저수지 부용제의 습지 보전을 내세우며 스마트팜 추진 반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11일 “2017년 지하수 연보 분석결과, 김제시는 농업용수 이용량이 많은 지역으로, 지하수 함양율 대비 이용량이 99%로 포화상태임을 확인했다. 따라서 개발가능량은 1%이다. 스파트팜 혁신밸리 기본계획대로 대형관정을 5개 개발해 하루 1천t의 농업용수를 공급하면, 주변 포도농가들이 지하수 고갈로 농사를 망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하수 고갈문제가 제기되자 “김제시는 지하수 관정을 파지 않는다→지하수 관정 3개만 판다→임시 비상용만 판다→빗물을 받아 지하저류지에 담수한다 등으로 말을 바꿔왔다. 최근에는 금강수업단 관수로의 용수를 주변 저수지로 끌어들여 영농급수를 하겠다고 나온다. 그러나 4~5급수 수준인 금강용수는 정수처리 등으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결국 손쉬운 지하수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지하수를 담아놓는 물그릇이자 멸종위기종이 대량 서식하는 저수지 부용제를 보전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민 송광섭 원광대 교수는 “스마트팜 부지를 부용제로 하지 말고 주변의 폐교된 벽성대학 캠퍼스를 이용하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시는 이에 대해 “원래 스마트팜 기본계획에는 대형관정 5개를 파는 계획이 있었으나 주민의견을 반영해 금강용수를 활용하는 것으로 바꿨다. 추가로 관정을 파는 여부는 환경영향평가를 거친 다음 결정할 것이다. 또 현 부용제는 3분의 1이 매립돼 습지기능을 잃고 육지화하고 있고, 멸종위기종은 환경청과 협의해 이식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해 8월 전북 김제와 경북 상주 2곳을 혁신밸리 조성 대상지로 선정했다. 혁신밸리는 정보통신기술 기반의 생산·교육·연구 기능을 모두 갖춘 일종의 산업단지다. 김제시는 지난해 12월 기본계획을 승인받았다. 김제시 백구면 부용제 일대 19.4㏊에 2019~2022년 동안 사업비 6억3100만원을 들여 실습농장과 임대형 스마트팜 등 핵심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포도가 유명한 김제시 백구면에는 260농가가 포도를 재배한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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