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서안식(왼쪽)씨와 딸 조미선씨가 헤어진 지 40여년 만에 전북지방경찰청 기자실에서 만나고 있다. 박임근 기자
12일 오전 10시께 전북지방경찰청 기자실에서 서안식(69)씨는 딸 조미선(47)씨를 부둥켜안고서 쉴새없이 얼굴을 어루만졌다. 40여년이 지나 친딸을 만난 어머니는 그동안 남에게 말하지 못한 사연을 털어놨다.
서씨가 작은딸 조씨를 떠나보낸 것은 1973년의 일이다. 남편이 생활고를 이유로 딸 조씨를 전북 전주의 한 영아원에 맡기면서다. 이후 남편은 딸의 국외 입양을 밀어붙였고, 산후조리 등으로 잠시 집을 비운 서씨는 딸과 생이별 할 수밖에 없었다. 서씨는 결국 남편과의 이혼을 결심했고, 40여년 동안 딸을 만날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고 했다. 하지만 서씨는 “(딸을 찾을) 방법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뒤늦게 2017년 3월15일 경찰에 실종신고를 냈다. 경찰은 조사 끝에 딸 조씨가 1975년 6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국외로 입양된 사실을 파악했다. 맬린 리터라는 딸의 미국 이름도 확인했다. 미국에 사는 조씨가 2004년 8월에 가족을 찾기 위해 한국을 찾아 전주를 방문했다는 점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보다 개인정보 보호가 강한 미국에서 조씨에 대한 정보는 더 이상의 추적이 불가능했다. 결국 경찰은 미국인인 조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할 수도 있다고 보고 페이스북으로 동명이인들에게 여러 차례 메신저를 보냈다. 그 결과 지난 4월27일 미국 시애틀에 사는 작은딸 조씨가 페이스북을 확인하고 직접 한국을 찾아 유전자 검사를 요청했고, 5월15일 친자관계가 확인됐다. 어머니 서씨는 “딸을 처음 만난 순간,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 ‘엄엄’하는 모습이 생각나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딸이 한국말을 못해 소통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이날 말했다. 그는 또한 “(그동안) 아기를 혼자 낳는 등 내 사정을 누구에게 말도 못했다”며 “내 딸과 사위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어머니 서안식(왼쪽)씨와 딸 조미선씨가 헤어진 지 40여년 만에 전북지방경찰청에서 만나고 있다. 박임근 기자
어머니 서씨는 아직도 찾지 못한 큰딸 조화선(49)씨를 애타게 찾고 있다. 서씨는 “내 새끼(큰딸)를 꼭 찾고 싶다. 국내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지방경찰청 실종수사 전담팀은 올해 1월부터 장기 실종자 집중수사를 벌여 조씨 등 8명의 실종자를 찾아 가족에게 인계했다. 가족을 찾은 실종자 중에서(실종 당시 기준) 18살 미만 아동이 7명, 장애인이 1명이었다. 정재봉 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은 “아직 찾지 못한 장기 실종자들이 많지만 내 가족을 찾는다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