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학생 위해 3D로 ‘촉각앨범’ 만들어

전북맹아학교, 3D 촉각 졸업앨범 제작
방한한 미국 머서대 엔지니어팀과 협력

지난 12일 전북맹아학교 강당에서 시각장애인 학생이 3D 촉각 졸업앨범 얼굴모형을 만지며 친구의 얼굴과 비교하고 있다. 전북맹아학교 제공

“과학과 공학이 발달하면 당연히 사회적 약자의 삶도 정비례해 나아진다고 보는 것은 너무 안이한 생각이다. 기술 발전에 따뜻한 온기를 입히는 수고를 통해, 장애인 학생들이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전북맹아학교의 고3 학생들이 내년 2월에 열리는 졸업식 날에 손으로 보는 졸업앨범을 받게 됐다. 전북 익산의 전북맹아학교와 미국 머서대학교 엔지니어팀이 협력해 3D 촉각 졸업앨범을 제작하기로 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사진으로만 제작한 졸업앨범이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시각으로만 봐야만 하는 앨범을 시각장애 학생에게 건네는 것이 기념 보다는 오히려 고통을 주는 시간이 아니었을까’라는 고민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미국 머서대팀과 인연은 2014년 이 학교와 교육협약을 맺은 미국 조지아맹학교를 통해서다. 교육과정을 공유한 조지아맹학교가 머서대팀과 함께 3D 촉각 졸업앨범을 제작한다는 사실을 2년 전부터 알고 전자우편을 통해 협조를 요청했다. 마침 올해 이 엔지니어팀이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어 제작을 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24일 머서대 일행은 얼굴 스캐닝 작업을 위해 이 학교를 방문했다. 이날 고3 학생 7명을 비롯한 교직원 등 11명을 이날 입체적인 촬영을 마쳤다. 스캐닝된 얼굴형상이 앞으로 정교한 3D 프린팅 작업과 파일화 등을 통해 3D 촉각 모형 앨범으로 만들어진다. 3학년 학생들은 지난 12일 플라스틱 촉각 모형을 만져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지난 12일 전북맹아학교 강당에서 정문수(오른쪽) 교장직무대리 등이 3D 촉각 졸업앨범 얼굴모형을 들고 있다. 전북맹아학교 제공

이윤호군은 “어쩜 모양이 이렇게 자세하게 나왔을까요. 마치 내 얼굴을 만지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김명찬군은 “제 얼굴은 실물이 더 나은 것 같지 않나요? 모형 얼굴 크기가 좀 더 작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머서대 일행은 아이들의 반응을 기록했다.

정문수 교장직무대리는 “정작 졸업하는 주인공이 볼수 없는 밋밋한 사진은 오히려 학생들에게 상처였기 때문에 졸업앨범이 우리학교에선 사라진지 10년이 넘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장애인들이 누리지 못했던 당연한 행복을 찾아가도록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국의 다른 시각장애인 학교에 이같은 작업이 확산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임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