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대낮에 시민이 군청 앞에서 잔인하게 폭행당하는 것을 보고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가 눈총을 사고 있다. 폭행 장면을 그대로 담은 동영상이 나돌면서 가해자의 처벌을 촉구하는 국민청원도 시작됐다.
13일 전남 함평에서 건장한 남성이 대낮에 경찰차 앞에서 1인 시위자를 무차별 폭행하는 영상이 퍼지자 함평경찰서가 누리집에 입장문을 내고 진화에 나섰다.
경찰과 주민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11일 오후 12시49분께 함평읍 함평군청 앞에서 ”함평군민 피해 주는 악성집회 반대한다“는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던 ㄱ(39)씨를 건설사 직원 ㄴ(40)씨가 일방적으로 폭행했다. ㄴ씨는 넘어진 피해자를 수차례 때리고 삿대질로 협박하기도 했다.
당시 경찰 승합차가 현장을 목격하고 멈추자 ㄴ씨는 ㄱ씨의 손을 잡고 자신의 얼굴을 때리거나 눈을 찌르는 등 시늉을 하도록 하고는 쌍방폭행으로 몰아가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폭행이 발생 초기에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다. 한참을 주저앉아 있던 ㄱ씨는 마침내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고, 뒤늦게 경찰 여러명이 다가와 상태를 살폈다.
ㄴ씨의 폭행과 경찰의 방관은 행인이 찍은 영상에 담겨 온라인으로 퍼졌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함평경찰서는 입장문을 내고 “경찰차에서 내려 현장을 확인했고, 이후 정보·강력팀 동료들이 도착해 조처를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영상에 나온 경찰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아니라 교통사고 조사차량이었다. 현장에 있던 경찰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사건이 골프장 건설을 둘러싼 갈등의 연장선에서 벌어졌으며, 1인 시위자의 기본권을 침해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경찰은 ㄴ씨를 폭행 혐의로 입건하고, ㄱ씨의 상해 진단서를 토대로 혐의를 추가할 방침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날 “OO군청 앞에서 시민을 무참히 폭행한 조직폭력배의 엄정한 처벌을 촉구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공권력이 존재하는 나라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가해자를 무겁게 처벌해야 하고,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은 출동 경찰관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청원에는 하룻 동안 시민 1만6000여명이 지지를 보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