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을 촬영하면서 한해 10만명 이상이 찾는 명소로 떠오른 목포시 서산동 ‘연희네 슈퍼’ 목포시 제공
전남 목포시가 원도심의 볼거리인 ‘연희네 슈퍼’와 ‘시화 골목길’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목포문화연대는 17일 성명을 통해 “목포의 향기가 깃든 서산동 보리마당의 연희네 슈퍼는 문을 닫아걸었고, 시화 골목길은 목판이 사라지는 등 관리가 엉망”이라고 비판했다. 목포문화연대는 “목포시가 오는 10월 해상케이블카 개통을 관광객 1000만명을 유치하는 디딤돌로 삼으려 하고 있다. 이런 구호가 속 빈 강정이 되지 않도록 제도와 시설의 정비를 서둘러야 지역의 인상이 나빠지는 걸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희네 슈퍼는 지난 2017년 12월 개봉한 영화 <1987>의 촬영 장소로 유명해졌다. 영화가 인기를 누리면서 지난해 2월 촬영 때처럼 재현돼 올해 1~4월 5만6408명이 방문하는 등 전국적 명소로 떠올랐다. 하지만 지난 7일 이 건물에 ‘내부 시설물 정비에 따른 임시 휴무’라고 안내문이 붙었고, 내부 구경도 어려워졌다. 목포시와 소유주가 이 건물에 대해 매매 협상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벌어진 것이다.
시화 골목길은 2015~2017년 3년 동안 유달산 자락 보리마당 일대에 문학인 43명의 시화 67점과 주민 28명의 생애시 28점 등 목판과 벽화로 단장됐다. 쇠락한 원도심의 분위기를 바꾸었지만, 그동안 김선태 시인의 ‘조금 새끼’를 비롯해 목판 시화 13점이 사라지는 등 보존이 허술하다. 더욱이 주변에 입주한 작가들은 외지인 소유주의 임대료 인상 요구에 따라 더는 버티지 못하고 거처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고 있다.
정태관 목포문화연대 대표는 “보리마당 일대는 마을 전체가 남해안과 유달산, 근대 건축과 지역 맛집이 어우러진 목포의 역사문화 자원인 만큼 고유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주민·건물·문화를 더불어 보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