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당시인 1980년 6월2일에 <광주일보>의 전신인 옛 <전남매일>에 기고한 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로 잘 알려진 김준태(71) 시인이 쓴 ‘윤석동 선생님 영전에’라는 제목의 추도시.
“님이여 무진벌의 고운 님이여”
1980년 5·18 광주의 죽음과 부활을 노래한 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로 잘 알려진 김준태(71) 시인이 고 윤석동 전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의 영전에 추도시를 올렸다.
김 시인은 지난 17일 5·18 당시 시민군의 대변인으로 활동한 윤상원(당시 30) 열사의 부친인 윤 전 회장의 빈소를 찾아 유족에게 직접 손 글씨로 쓴 추도시를 전달했다. ‘윤석동 선생님 영전에’라는 시는 아들을 잃은 뒤 아들의 뜻을 이어 5·18 진상규명에 나섰던 고인의 삶을 추모했다. 김 시인은 “생사의 세월을 지키며 살다가신 님이여…아들 상원을 생명과 평화 제단에 바치고…우리 땅으로 돌아가시는 정든 땅 무진벌의 아버지여…님은 하늘과 땅 천지현황의 가르침대로 살고, 싸우고, 사랑하였습니다…오월의 아버지여!”라고 노래했다.
김준태 시인(왼쪽)이 17일 5·18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1950~80)의 아버지 고 윤석동 전 5·18민주화유공자유족회장의 삶을 되돌아보며 쓴 추도시를 영전에 바친 뒤 유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대하 기자
지난 16일 별세한 윤 전 회장은 아들 상원이 세상을 뜬 뒤 5·18민주화유공자회 회장을 맡아 5·18진상규명 투쟁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다. 아들 상원은 1980년 5월27일 새벽 옛 전남도청에서 계엄군과 맞서 싸우다 숨졌다. 1982년 4월 윤상원과 그의 들불야학 동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 넋풀이를 위해 만들어진 노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김 시인이 쓴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는 1980년 5월 참상을 고발하고 싸움과 부활의 의지를 담은 통곡의 시로 5·18민주화운동을 전 세계에 알린 작품으로 꼽힌다. 김 시인은 “원고 청탁을 받고 한 시간 만에 울분과 격정으로 썼다”고 회고한 바 있다. 1980년 6월2일 치 <전남매일> 1면에 실린 이 시 때문에 그는 광주 505보안대로 끌려가 고초를 겪었고 고교 교사를 그만둬야 했다. 교단에 복직한 뒤 언론계에 근무하기도 했던 그는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과 5·18기념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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