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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300냥만 있으면 살 묘책이…” 동학농민군이 보낸 편지

등록 2019-06-19 10:41수정 2019-06-19 11:04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24일 혁명기념관서 특별전
유족 소장하다가 기증…실물 공개는 이번이 처음
동학농민군 유광화 편지(1894년, 김순덕 기증)
동학농민군 유광화 편지(1894년, 김순덕 기증)
“번거로운 인사말은 접어두고 동생 광팔 보시게. 나라가 환난에 처하면 백성도 근심해야 한다네. 내가 집을 나와 수년을 떠돌아다니며 집안일을 돌보지 않았으니 자식된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것이네. 광팔이 자네가 형 대신 집안을 돌보고 있으니 다행이라 하겠네. 우리가 왜군과 함께 오랫동안 싸운 것은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는 의(義) 때문이네.” (동학농민군 유광화 편지 번역문)

“어머님께 올리나이다. 제번하고 모자 이별 후로 소식이 서로 막혀 막막하였습니다. 남북으로 가셨으니 죽은 줄만 알고 소식이 없어 답답하였습니다. 돈 300여 냥이면 어진 사람 만나 살 묘책이 있어 급히 사람을 보내니, 어머님 불효한 자식을 급히 살려주시오. 1894년 12월28일 달문 상서.” (동학농민군 한달문 편지 번역문)

동학농민군이 1894년에 쓴 편지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24일부터 11월17일까지 전북 정읍시 덕천면 동학농민혁명기념관에서 ‘우리 곁의 동학농민군의 이야기’ 기획특별전을 개최한다. 공개되는 편지는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난 1894년 늦은 가을 동학농민군 유광화가 고향에 있는 동생 유광팔에게 보낸 한문 편지(‘유광화 편지’), 나주지역에서 동학농민군으로 활약한 한달문이 나주초토영으로 압송된 뒤 어머니에게 보낸 한글 편지(’한달문 편지’) 등 2점이다.

동학농민군 한달문 편지(1894년, 한우회 기증)
동학농민군 한달문 편지(1894년, 한우회 기증)
이 유물들은 후손인 김순덕씨와 한우회씨가 소장하고 있다가 기념관에 기증한 것으로 실물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학농민군이 직접 작성한 몇 안 되는 기록으로, 농민군의 합리적인 군수물자 조달과정, 전투에 참여한 농민군의 실상, 농민군의 옥중생활을 비롯한 당시 사회상 등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크다.

이번 특별전에는 전북 남원·임실 지역에서 동학농민군 지도자로 활약한 뒤 1919년 3·1운동에 참여해 순국한 김영원의 관련 유물과 경북 예천 지역 동학농민군의 동향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인 <갑오척사록> 등도 공개된다. 4부로 꾸려진 이번 전시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3644명과 그 유족들이 소장하고 있는 기록물, 증언을 중심으로 스토리텔링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형규 이사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동학농민혁명이라는 역사적 순간에 이름을 남기지도 못하고 스러져 가야했던 많은 혁명 참여자들을 돌아보고, 그 사건이 한 가족에게 어떠한 생채기를 남겨야했는지도 이해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특수법인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은 24일 오후 3시 혁명 참여자의 유족들에게 유족등록통지서, 유물기증자에게 감사패를 전달할 예정이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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