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때려 숨지게 한 ㄱ군 등 10대 집단폭행 사망사건 가해자들이 구치감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광주 10대 집단폭행 사망 사건’의 피해자는 마지막 폭행 전에 이미 죽음을 넘나들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20일, 피의자들을 폭행치사죄가 아닌 살인죄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한 이유에 대해 “피해자 부검 결과를 보면 몸 내부는 이미 죽어가고 있었다”고 밝혔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아니라 고의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피해자의 몸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폭행치사죄는 3년 이상의 징역, 살인죄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앞서 경찰은 지난 19일 ㄱ(18)군 등 4명을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ㄱ군 등은 지난 9일 광주시 북구 두암동의 한 원룸에서 피해자 ㄴ군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과 ㄴ군 유족의 변호인 등의 말을 종합하면, ㄴ군의 몸은 피부가 모두 괴사되고 늑골을 다친지도 오래됐을 뿐 아니라 몸 안 곳곳에 피가 고여 있었다고 한다. 경찰 쪽은 “맞고 나서 치료가 되지 않았던 상태에서 피의자들이 ㄴ군을 때리고 또 때렸다”고 말했다. 피해자 변호인인 임지석 변호사는 “장기간 폭행 당해 이미 몸에 피고름이 여러 곳에 차 있어 당일 폭행이 없어도 죽을 몸이었다. 심지어 가해자들은 ㄴ군이 ‘병원에 보내달라’고 했는데도 안 보냈다”고 했다.
가해자들이 휴대전화에 남긴 사진과 동영상도 살인죄 혐의 적용에 중요한 증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ㄱ군 등이 지운 휴대전화를 복구해 5월24일과 6월2일치 사진과 6월3일에 찍은 동영상 등의 자료를 확보했다. ㄴ군의 몸 상태를 랩으로 두른 것을 촬영한 이 동영상엔 “눈이 안 보이고, 귀가 고막이 터져서 피가 고여있고…”라며 피해자의 상태를 알려주는 대목이 나온다. 이와 함께 ㄱ군 등은 지난 9일 “ㄴ군이 죽지 않았더라도 치료를 안해줬을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ㄱ군 등은 지난 3월 직업전문학교에서 만난 ㄴ군을 노예처럼 부리면서 상습적으로 폭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ㄱ군 등은 5월 초 ㄴ군이 주차장 아르바이트를 해 번 75만원을 뺏어 쓰기도 했다. 이들이 찍은 동영상엔 “주차장에서 봉 흔들어 번 내 돈 75만원은 어디로 갔나”라며 ㄴ군을 조롱하는 대목도 들어 있다. 경찰 관계자는 “ㄴ군이 가해자들에게 더 맞을까봐 신고도 못하고 가족들에게도 알리지 못했던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검찰은 ㄱ군 등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 지를 집중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