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시 장점마을 들머리에 주민들이 대책을 호소하는 펼침막이 내걸렸다. 주민대책위 제공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의 집단 암 발병 문제와 관련해 주변 비료공장이 일부 암 발병에 영향을 줬다는 정부 조사결과에 나오면서, 연초박(담뱃잎 찌꺼기) 위탁처리 과정 추적조사 등 후속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20일 장점마을 주민건강영향조사에 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는 비료공장 안과 장점마을 주택에서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s)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PAHs)가 검출됐다. 두 물질은 1군 발암물질이다.
2009~2015년(2011년 제외)에 해당 비료공장은 케이티앤지(KT&G) 신탄진 공장에서 반출된 2242t의 연초박을 비료 원료로 썼다. 그 결과 해당업체의 비료 원료에 포함된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의 농도가 다른 유기질 비료업체의 것보다 8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조사결과 장점마을 주민들이 대조 지역보다 인지기능 장애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그 원인으로 니코틴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익산시 장점마을 주변에 있는 비료공장 마당에 연초박을 옮긴 기구가 쌓여있다. 익산시의회 임형택 의원 제공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는 25일 오전 익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는 주민들의 집단 암 발생과 비료공장 가동 간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재철 주민대책위원장은 “지금까지 관련성을 부인하며 뒤에 숨어 있던 케이티앤지는 책임져야 한다. 실제 비료공장에서 위탁처리한 양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도 “주민들의 암발생에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 명확히 밝혀졌기 때문에 연초박 사용에 대한 추적조사를 통한 퇴비화·소각처리 규정 마련 등 후속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케이티앤지 쪽은 “연초박 자체는 폐기물관리법·비료관리법에 따라 재활용할 수 있다. 위법 처리한 게 아니라, 기준을 갖춘 폐기물처리 업체인 비료공장을 통해 관련 법령을 준수해 적법 처리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케이티앤지가 불법으로 위탁처리한 배경을 조사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익산시 장점마을 주민 등이 지난해 11월 전북도청에서 오염물질을 공개하며 대책을 호소했다. 박임근 기자
장점마을에는 2001년 마을에서 500m 떨어진 곳에 비료공장이 들어섰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마을 전체 주민(99명)의 22%(22명)가 암에 걸렸고, 이 가운데 14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주민들은 “환경부가 파악한 수치는 2017년까지만 집계한 것으로, 현재까지 주변 마을사람까지 포함하면 암환자는 더 많다”고 주장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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