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관찰법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넘겨진 세번째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강용주씨가 지난 해 2월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명진 기자
“어려울 때 힘을 보태준 시민들에게 항상 감사하지요.”
보안관찰법 폐지운동가 강용주(57·의사) 진실의 힘 이사는 26일 “야만의 시대에 작은 마침표를 하나 찍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강씨는 27일 저녁 7시 광주 빛고을여성병원 문화센터에서 시민플랫폼 나들이 주관하는 나들학교에서 시민들을 만난다. 그는 ‘강용주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 보안관찰법 폐지운동을 펼치면서 느꼈던 소회를 이야기한다. 그는 “지난 해 12월 광주·전남 200여 개 단체에서 성명서를 내고 기자회견을 열어 힘을 북돋아 준 것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두환 정권 시절 안기부가 조작한 구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1985)에 연루돼 14년 동안 옥살이를 했던 강씨는 1999년 특별사면으로 감옥에서 나온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였다. 보안관찰 대상자로 지정되면 3개월마다 주요 활동 내역, 여행지 등을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 강씨는 이를 거부해 2002년엔 200만원, 2010년엔 2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졌다. 그는 보안관찰법 처분 면제를 신청할 때 ‘법령을 준수할 것을 맹세하는 서약서’를 쓰면 관찰 대상에서 면제될 수 있었지만 이를 거부하고 준법서약 폐지운동을 벌여왔다. 그는 세 번의 재판 끝에 보안관찰 대상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을 이끌어냈다.
보안관찰법 폐지운동가 강용주(57·의사) 씨는 27일 저녁 7시 광주 빛고을여성병원 문화센터에서 시민플랫폼 나들이 주관하는 나들학교에서 시민들을 만난다.
“국가의 제도적 폭력에 맞서 일생을 건 투쟁으로 우리 사회가 인권 세상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게 했다.”
제15회 박종철 인권상 심사위원회가 강씨를 올해 수상자로 선정했던 이유다. 강씨와 그의 보안관찰법 폐지운동을 지지했던 시민의 힘으로 보안관찰 처분 면제 조건인 준법 서약서가 폐지된다. 법무부가 지난 18일 보안관찰 처분 면제를 신청할 때 준법서약서를 첨부하도록 한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보안관찰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강씨는 “1989년 사상전향제도를 대신해 만들어진 준법서약제도가 30년만에 폐지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 덕분”이라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