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동구 산수동 동산로얄아파트 인근에 있는 구와산 들머리의 숲이 아파트 신축 개발 추진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주민대책위 제공
광주광역시 동구가 무등산 자락 작은 산과 저층 주거지에 고층 아파트를 지으려는 개발 계획 안건을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심의해 조건부로 통과시켰다. 환경단체는 “일단 개발 계획이 유보된 것을 환영하지만, 조건부 사항이 이행되지도 않았는데 막개발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5일 광주시 동구 쪽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2일 열린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서 산수동 산 67-1번지 일원과 소태동 산 21번지 일원의 아파트 신축 건을 심의해 조건부로 통과시켰다. 동구 쪽은 “조건부 통과는 주민들과 협의를 거쳐서 개선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는 조건부 사항이 이행돼야 신축 건을 건축위원회로 넘겨 심의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ㅎ건설은 산수동 산 67-1번지 일대에 15~18층 규모의 아파트 299가구를 짓겠다며 건축 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주민대책위 제공
ㅎ건설은 산수동 산 67-1번지 일대에 15~18층 규모의 아파트 299가구를 짓겠다며 건축 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아파트 신축 예정지는 무등산과 옛길로 연결된 구와산 들머리 일대에 자리하고 있다. 구 도시계획위원회가 제시한 조건부 사항은 △주민과의 협의를 거치고 주민들에게 공공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것 △교통영향평가 수준으로 교통체계 개선 방안을 제출할 것 등이다.
주민들은 무등산 환경 파괴와 교통난 심화 등을 우려하며 아파트 신축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김범만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구와산 들머리와 자연 환경이 파괴되고 광주지방 법원 뒷길이 왕복 2차선이어서 심각한 교통난이 우려된다. 더욱이 동산로얄 아파트 인근에 ㅁ건설이 270가구의 아파트를 짓고 있어 신축 허가가 나면 이 일대가 교통지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창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운동본부장은 “동구청은 산수동 산 67-1번지 일대에 나무가 고사된 것이 아파트를 짓기 위해 임목도를 줄이려는 편법이었는 지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무등산 자락 환경 훼손 문제 등이 제기됐던 광주시 동구 소태동 산21번지 일원엔 13~16층 6개동 286가구의 아파트 단지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주민대책위 제공
무등산 자락 환경 훼손 문제 등이 제기됐던 소태동 산21번지 일원엔 13~16층 6개동 286가구의 아파트 단지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구 도시계획위원회가 조건으로 내건 사항 중 핵심적인 것은 주민들과의 협의였다. 또 남문로에 도로를 개설해 기부체납하는 방안이 교통난 해소에 효과가 있는 지를 제출하도록 했고, 기존 옹벽의 안정성을 검토해 좀 더 발전적인 공법을 도입해 안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사단법인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는 논평을 통해 “동구청이 심의했던 이 일대는 무등산 자락으로 경관이 수려하고 경사도와 표고가 높고, 기존의 아파트와 주택지 위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조망권 침해와 교통난이 우려되는 지역이었다”며 “동구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을 환영하며, 국립공원이후 다시 싹트기 시작한 건축업자의 난개발의 싹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잘라야 한다”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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