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피해자인 이성길(61) 전남대병원 상임감사가 최근 어려운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써달라며 1000만원을 전남대병원에 기탁했다. 그는 1980년 5월 전남대 법대 학생회장을 지내다 계엄포고령 위반 혐의로 수배된 뒤 1년 동안 도피생활을 했다. 이듬해 전남 목포에서 신군부에 체포된 뒤 군법회의에서 소요죄 등으로 징역 8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는 등 고초를 겪었다.
그는 “지난달 장모상을 치른 뒤 평생 남들을 도우려 애썼던 고인의 뜻을 기리고 싶었다. 조의금 중 일부를 가난한 환자 치료와 전남대병원 발전을 위해 내놨다”고 말했다. 이어 “전남대병원이 정의와 인권을 위해 헌신했던 광주시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소금 구실을 하겠다. 우선 해묵은 부조리를 없애고 환자한테 친절한 병원으로 거듭나는 데 애쓰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그는 품격감사와 현장감사 등을 원칙으로 병원문화를 바꾸면서 지난 2월 국민권익위원회의 부패방지평가에서 국립대병원 중 최고등급을 받기도 했다.
신군부의 관심 대상이던 그는 가까스로 전남대를 졸업하고 이후 5·18구속부상자회장, 5·18기념재단 사무처장, 누리문화재단 상임이사, 들불열사기념사업회·시민생활환경회의 감사, 광주시 시민감사관 등으로 다양한 사회활동을 해왔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