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교원단체 5곳이 16일 토론회를 열어 집단행동, 정당활동, 공직출마, 선거운동 등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전교조 광주지부 제공
“정치 구경꾼인 교사들이 어떻게 학생을 민주시민으로 길러낼 수 있겠습니까?”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16일 광주 웨딩그룹위더스에서 열린 교사 정치기본권 회복을 위한 광주 교원 토론회에서 이렇게 화두를 던졌다. 그는 기조발제에서 “교사는 법령으로 집단행동, 정당활동, 공직출마, 선거운동을 금지당하고 있다. 합목적성이 없는 과도한 규제를 고치는 게 바람직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교육의 중립성을 보장하려면 수업 중 교사의 정치표현을 교육철학적으로 규제해야지 학교 밖, 수업 밖의 정치기본권 행사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철학적 규제의 본보기로 통독 이전인 1976년 학생들한테 올바른 정치교육을 하기 위해 독일의 교육자들이 합의한 보이텔스바흐 협약을 소개했다. 이 협약은 사회에서 논쟁적인 사안을 교실에서 다룰 때 교사는 다양한 주장을 균형있게 재현해 학생들의 판단형성을 지원할 뿐 교사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주입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교사들은 논쟁적인 사회현안을 수업에서 다루지 않는 편이 낫다는 미신을 갖고 있다. 피하려고 하지 말고 교육적으로 바람직하고 정치적으로 공정하게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원칙이 직업윤리로 자리 잡으면 정권의 요구와 교사의 확신에 따른 편향성과 당파성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발제를 들은 뒤 정치기본권의 필요성, 범위, 변화, 윤리 등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는 전국교직원노조 광주지부와 광주교원단체총연합, 광주교사노조 등이 참여해 의견을 제시했다. 교원단체들은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교사의 정치배제를 규탄했다. 이런 목소리를 합의문에 담아 헌법재판소에 보내기로 했다.
앞서 교사정치기본권찾기연대는 지난해 2월 교사의 정치기본권 제한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 단체는 “유·초·중·등 교육예산이 55조원이 넘고, 교사 수가 50만명에 육박하지만 국회와 지방의회에서 교사 출신을 찾아보기 어렵다. 전문성과 현장성 강화를 위해 지나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4월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는 입법을 권고하기도 했다.
김재옥 전교조 광주시지부 정책실장은 “토론 과정에서 교사 안에 진보·보수가 따로 없다는 공감을 했다. 수업에서 사회현안을 다룰 때 주입금지, 논쟁재현, 학생판단 지원 등 원칙을 준수해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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