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5억원의 ‘황제 노역’으로 공분을 샀던 허재호(77) 전 대주그룹 회장.
일당 5억원의 ‘황제 노역’으로 공분을 샀던 허재호(77) 전 대주그룹 회장이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데 이어 양도소득세 부과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지방국세청을 상대로 낸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이와 함께 검찰이 허 전 회장 재산의 자금 은닉처로 지목된 ㅋ사에 대한 조사에 나서면서 허 전 회장은 현재 ‘사면초가’ 상황에 놓였다.
광주고법 행정1부(재판장 최인규)는 허 전 회장이 서울지방국세청을 상대로 낸 양도소득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그의 차명주식 매각과 관련한 국세청의 양도세 부과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허 전 회장은 2001년 대주건설 등 계열사 명의로 산 대한화재해상보험㈜의 주식 841만주 가운데 120만주를 취득해 지인 5명의 이름으로 명의 신탁했다. ‘황제노역’ 사안이 불거진 2014년 서울지방국세청은 그가 2002~2010년 차명주식을 팔아 발생한 양도소득세를 신고하지 않은 사실을 밝혀내고, 2007~2010년 귀속금 14억5천만원을 고지했다.
하지만 허 전 회장은 “거래처 대표 1명이 명의신탁한 주식을 임의로 처분해버렸고 명의신탁한 주식 38만주도 2007년 사실혼 관계에 있던 황아무개씨에게 증여해 세금을 납부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그가 주식을 증여했다는 어떤 문서도 작성되지 않았고, 증여세가 납부된 적도 없어 주장을 인정할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없다”고 밝혔다.
허 전 회장은 패소가 확정되면서 앞으로 광주지법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 검찰은 행정소송 항소심 판결에 앞서 그를 조세포탈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허 전 회장은 2007년 5월~2009년 12월 25억원 상당의 대한화재해상보험㈜ 차명주식을 매각해 발생한 양도소득세 5억136만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5년 7월 말 뉴질랜드로 출국한 뒤 오클랜드에서 살고 있는 허 전 회장은 자진 귀국하지 않으면 강제소환될 수 있다. 광주지검 쪽은 “허 전 회장이 자진 귀국하지 않으면 재판 불출석으로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