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도덕교사모임이 29일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ㅎ중 배이상헌 교사의 수업내용을 성비위로 규정한 직위해제처분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광주광역시의 한 중학교 도덕교사가 성평등 수업을 하다가 성비위자로 몰리면서 직위해제 됐다. 이를 계기로 교사의 권리와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전국도덕교사모임은 29일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광주 ㅎ중 배이상헌 교사의 수업내용을 성비위로 규정하며 단행한 직위해제를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주 속초 연수에서 전국의 교사들이 이 사례를 듣고 깜짝 놀랐다. 성평등을 가르치는 도덕교사는 누구나 같은 처지에 몰릴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교사에게는 교육과정에 맞게 교수자료나 진행절차, 전개방식 등을 재구성할 권한이 있다. 교육의 의도와 내용을 검토하지 않고 학생들의 민원과 불만에 근거해 성비위로 얽어맨다면 성윤리와 성평등 수업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교사모임 부회장인 진영효 서울 송정중 교사는 “이는 전국 교사들의 수업 활동을 왜곡하고 위축시키는 엄중한 도전이다. 직위해제를 취소하지 않으면 항의와 면담 등으로 저항하고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전국교직원노조 광주지부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도 “교사가 성평등 교육을 하다 성범죄자로 몰렸다. 교육과정과 밀접하게 관련된 내용인데도 소명 절차도 없이 무리하게 직위해제를 했다”고 비판했다.
당사자인 배이상헌 교사는 “수업의 내용과 발언을 성희롱으로 몰고 가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하다. 민원이 제기됐다고 해도 교원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교과서를 확인하고 학생 다수의 반응을 확인했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중학교 1학년, 지난 3월 중학교 2학년 도덕시간에 양성평등 수업을 하며 프랑스 영상 ‘억압당하는 다수’를 보여줬다. 남자와 여자의 역할을 뒤바꾸는 방법으로 성불평등을 고발한 10분짜리 단편 영상이었다. 여성계에서 검증받은 작품이었지만 영상 속의 노출과 대사, 설정 등이 중학생한테 걸맞은 작품이냐를 두고는 이견도 나왔다. 민원에 따른 파문이 커지자 학교 쪽은 지난 19일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교권침해 가능성이 있다’며 시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지난 25일에는 성고충심의위원회를 열어 ‘성비위가 아니다’라는 결정을 내렸다.
반면 광주시교육청은 이달 초 이 학교 일부 학생들이 국민신문고에 제기한 민원을 토대로 조사를 벌였다. 영상을 본 학생을 전수 조사해 일부 예시나 발언이 문제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어 지난 24일 “영상이 선정적이고 일부 발언이 부적절했다”며 수사 의뢰와 직위해제를 단행했다. 시교육청은 “이성교제 방법과 위안부 피해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이런 발언이 성비위에 해당한다는 여성계의 자문도 받았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수업의 권한을 존중하지만 학생의 공감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학생들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지침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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