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호남

“민간인 150명 숨진 여수 이야포, 제2의 노근리였다.”

등록 2019-07-30 15:18수정 2019-07-30 15:22

여수시의회, 30일 ‘이야포사건 진상규명 촉구 건의안’ 정부에 보내
미군 전투기 4대가 1950년 8월3일 350여명 탄 피난선에 기총사격
전남 여수 주민들이 지난 28일 6·25전쟁 초기 민간인 150명이 숨진 남면 안도리 이야포해변에 표지석을 세우고 있다. 여수시의회 제공
전남 여수 주민들이 지난 28일 6·25전쟁 초기 민간인 150명이 숨진 남면 안도리 이야포해변에 표지석을 세우고 있다. 여수시의회 제공
전남 여수시의회가 6·25전쟁 초기 발생한 여수 이야포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여수시의회는 30일 “6·25전쟁 때 민간인 다수가 미군에 의해 희생된 이야포·두룩여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건의안을 채택해 국회와 정당, 청와대와 국방부 등에 보냈다”고 밝혔다.

이야포 사건은 1950년 8월3일 오전 9시 여수시 남면 안도리 해상에서 미군 전투기 에프(F)-80 4대가 피난민 선박에 4차례 기총사격을 해서, 배에 타고 있던 피난민 350여명 중 150여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부상한 비극이다. 당시 선박은 정부 명령으로 태극기를 게양한 채 피난민을 태우고 부산에서 거제를 거쳐 제주로 가는 중이었다. 미군기들은 승선한 피난민을 북한군으로 오인해 사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 엿새 뒤인 같은 해 8월9일 이야포에서 북쪽으로 10㎞ 떨어진 횡간도~금오도 사이 두룩여(문여) 해상에서도 미군기들이 조기를 잡던 어선과 어민을 공격했다. 이 사건으로 또다시 무고한 주민 1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여수시의회는 건의안에서 “대규모 민간인 학살이 발생한 지 69년이 흘렀지만, 진실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슬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진실을 알리고 피해자를 돌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수시의회는 이를 위해 정부가 진상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미국도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희생자 신고를 받아 피해자 명예를 회복하고, 가해자와 화해할 수 있도록 과거사정리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수시의회는 이 사건의 희생자 유가족이 대부분 외지인이고 80~90대 고령인 탓에 시간이 지날수록 진상을 규명하는 작업이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발의자인 박성미 여수시의원은 “이야포 사건은 민간인 180명이 무참하게 숨진 노근리 사건에 버금가는 제노사이드(집단학살)다. 여러 증언이 2010년 진실화해위원회 조사보고서에 올랐지만, 진상은 여전히 묻혀있다. 속 시원히 진실을 규명해 평화의 길, 화해의 길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가해자가 미군이었기 때문에 여태껏 진상규명에 진전이 없었다. 피난선에 승선했다가 가족 4명을 잃고 생존한 이춘혁(82·부산 사하)씨, 당시 이야포에 살다 사건을 겪은 주민 이서연·박희자씨 등이 증언하고 있는 만큼 더 늦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해양구조단 여수구조대는 지난해 8월 피난선 침몰해역에서 잔해를 찾는 수중탐사를 벌였다. 여수시의회 제공
한국해양구조단 여수구조대는 지난해 8월 피난선 침몰해역에서 잔해를 찾는 수중탐사를 벌였다. 여수시의회 제공
지역주민들도 지난 28일 이야포 해변에 미군폭격사건 표지판을 설치한 데 이어, 다음달 3일 희생자 추모제와 피난선 수중탐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