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지역 주민들이 지난 5월 고형폐기물 열병합발전소 시험가동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전남 나주혁신도시의 고형폐기물(SRF) 열병합발전소 가동을 둘러싼 갈등이 관련 기관 합의 직전, 매몰비용 부담 문제 때문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매몰비용 수천억원을 아무도 부담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주 고형폐기물발전소 민관협치위원회는 31일 “6개월 동안 11차례 회의를 열어 환경영향을 검증하기 위해 60일의 시험가동과 30일의 본가동을 진행한 뒤 주민투표(70%)와 공론조사(30%)로 연료사용 방식을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 발생하는 매몰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해법은 찾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민관협치위는 다음달 7일 12차 회의를 열어 매몰비용 안건을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참여기관의 의견 차이가 뚜렷해 접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관협치위 공동위원장인 이민원 광주대 교수와 박병호 전남도 행정부지사는 “이해당사자가 각고의 노력 끝에 만든 합의안의 서명이 미뤄지면서, 부정적 여론이 퍼지고 있다. 먼저 주민수용성조사에 합의하고, 이후 정부를 주축으로 매몰비용 문제를 별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지역난방공사는 매몰비용의 책임소재를 명시하지 않으면 서명할 수 없다는 태도다. 지역난방공사는 지난 5일 이사회에서 재무상 손실, 업무상 배임, 손해배상 소송 등 후유증이 예상된다며 의결을 미뤘다. 공사 쪽은 “관련 법률과 지방정부의 요청에 따라 고형폐기물시설을 건립했다. 완공 이후 법적 흠결도 없이 매몰비용까지 부담할 수는 없다”고 했다. 손실비용은 건립 때 1700억원이 들어간 고형폐기물시설의 폐쇄와 연간 240억원이 들어가는 액화천연가스(LNG) 전환 등을 합쳐 수천억원으로 추산된다.
하루 466t의 고형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해 나주 혁신도시에 전기와 난방을 공급하는 열병합발전소.
민관협치위에 참여한 산자부·전남도·나주시는 매몰비용 부담에 난색을 보이고, 주민대표는 “공기업인 공사 뒤에 산자부가 있다”며 탈퇴까지 검토하고 있다.
민관협치위는 건립 뒤 1년 반 동안 주민 저항으로 가동하지 못하는 고형폐기물 열병합발전소 갈등을 풀기 위해 지난 1월 만들어졌다. 산자부·지역난방공사·시민대책위·전남도·나주시 등 관련 기관 5곳이 참여해 11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초기엔 시험가동, 후기엔 매몰비용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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