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 부인 살인사건의 피의자 딸이 청와대 누리집에 올린 국민청원.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지난 3월 발생한 전북 군산 부인 살인사건의 피의자 딸이 청와대 누리집에 ‘아버지를 엄벌해 주세요’라는 청원을 올려 화제를 낳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시된 청원 ‘아버지의 살인을 밝혀 응당한 벌을 받게 도와주세요’에는 5일 12시 현재 누리꾼 1만9천여명이 지지서명을 했다. 이 청원은 군산 부인 살인사건의 피의자 ㄱ(52)씨의 딸 ㄴ씨가 지난 1일 올린 내용으로 딸이 피의자인 아버지의 엄벌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는 점 때문에 눈길을 끌었다. ㄴ씨는 글에서 20대 여성 6명을 성폭행한 아버지의 과거와 이번 사건으로 부인이 숨진 경위, 경찰의 수사에 대한 느낌 등을 조목조목 적었다. 특히 재판에서 우발적 범행이었다는 아버지 주장에 대해 “계획적인 살인”이라고 반박했다. 또 청와대 청원과 인터뷰 방송이 나간 뒤 해코지를 암시하는 협박 편지를 아버지한테 받았던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ㄱ씨는 지난 3월22일 밤 11시쯤 군산시 조촌동의 자택에서 부인(63)를 살해하고 농로에 유기한 뒤 성폭행 범죄로 착용하고 있던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났다. 경찰은 이튿날 새벽 2시54분쯤 충남의 한 고속도로 졸음 쉼터에 있던 그를 붙잡아 살인 등 혐의로 구속했다. 그는 군산경찰서 유치장에서 손톱깎이를 삼키는 소동을 벌여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기도 했다.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ㄱ씨는 첫 공판에서 “아내를 때린 건 맞지만,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ㄱ씨는 2001~2009년 경북과 경기 등에서 여대생과 주부 등 6명을 성폭행해 징역 8년을 선고받은 성폭력 전력이 있다.
딸인 ㄴ씨는 <시비에스>와의 인터뷰에서 청원을 올린 이유를 “신변위협을 느끼고 있다. 수사도 부실하다고 생각한다. 아버지가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재판에서 형량이 낮게 나온다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계획 살인이라고 보는 근거를 “전날까지도 부인을 죽이겠다고 말하고 다녔다. 지인에게 별거 중인 부인의 동태를 파악해달라고 염탐도 시켰다. 대상이 어디를 가고 언제 들어오는지를 미리 파악하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또 아버지의 됨됨이를 “혼인신고만 다섯 번, 혼인신고도 안 하고 거쳐 가신 분들이 꽤 많다. 아버지와 결혼하거나 만난 여자들이 폭행을 당해서 도망갔다. 그의 폭행은 매질하는 게 아니다. 죽을 지경까지, 피가 나고 찢어지고 뼈에 금이 가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딸에 대한 태도를 묻자 “‘아버지와 딸’ 그런 관계가 아니다. 학대가 빈번하게 이뤄졌다. 그런데도 단 한 번도 치료를 받아 본 적이 없다. 누군가에게 알리면 외려 보복을 당하는 상황이었다. 자식들은 언젠가 이런 일이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했다.
ㄴ씨는 이어 “아버지는 편지에 ‘네가 방송에 나가고 청원 올린 거 다 알고 있다’고 썼다. 판사한테 탄원서나 의견서를 넣는다고 한들 그게 재판에 얼마나 영향을 주겠나. 제2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사형이든 무기징역이든 다시는 사회에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