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의 농민들이 5일 과역농협 마늘수매장에서 턱없이 부족한 물량배정과 지나치게 까다로운 품질검사에 항의해 수매를 거부했다. 전농 광주전남연맹 제공
5일 오전 10시 전남 고흥군 과역농협 수매장. 아침 8시부터 이뤄지던 마늘 수매가 갑자기 중단됐다. 농민 100여명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손을 놓았다. 그늘로 들어간 농민들은 굳은 얼굴로 “눈곱만큼 받아가면 남은 마늘을 어쩌라는 것이냐”고 웅성거렸다. 농민들은 수매에서 합격품이 10% 미만에 그치자 끝내 수매를 거부하고 나섰다.
“마늘값이 1㎏에 800~1000원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실망이 큰 상황이다. 아직 팔지 못한 마늘을 수매한다 해서 잔뜩 기대를 걸었는데 ‘색깔이 변했다. 반점이 보인다’며 온갖 트집을 잡아 불합격 때리니 울화통이 터진다.”
농민 송정인(45)씨는 “수맷값은 1㎏에 2300원을 받는다. 한 달 동안 건조하고 포장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정작 수매장에서 불합격을 받으면 하늘이 노래진다”고 전했다.
호남의 마늘 주산지인 고흥에선 농민 6만5000여명 중 2만명이 마늘을 재배한다. 6000농가가 한해 1200㏊에 마늘을 심어 1만9000t을 생산한다. 대개 2300~2600㎡(700~800평)에 마늘을 심어 가꾸는 소농들이다. 이 때문에 마늘값이 떨어지면 직접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송씨도 6600㎡(2000평)에 마늘을 심었지만 가격이 예년의 3분의 1로 떨어지면서 소득이 500만원에 머물렀다. 생산비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액수다. 그는 올해 마늘 10t을 수확한 뒤 4t을 수매해 달라고 요구했고 겨우 200㎏을 배정받았다. 고흥 전체에 배정된 물량이 194t에 불과해 추가 수매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이다.
농민들은 “가격이 폭락하면 정부는 재배면적을 늘렸다며 농민한테 책임을 돌린다. 벼 이외 작물의 재배를 권장하고 수입 빗장을 풀어 깐마늘과 김치까지 들여오면서 해서는 안 되는 소리”라고 분개했다. 농민들은 또 “마늘 파동은 지난 2월 예측통계를 발표하면서 이미 예고됐다. 정부가 여태껏 나몰라라 하고 있다가 내년산 마늘을 심을 때가 되어서야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일갈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올해 마늘 생산량을 38만8000t, 수요량은 33만1000t으로 추계하고 공급과잉 예상분 4만7000t에 대한 수급조절을 해왔다는 태도다. 지난 1일부터 마늘 1만5000t을 추가 수매하는 등 올해 마늘 5만2000t을 시장에서 격리해 가격 안정 때까지 보유하겠다고 밝혔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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