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를 개축해 조성한 암태도 에로스서각박물관은 지난 4월 이후 방문객 40만명이 찾으며 명소로 떠올랐다.
남도의 섬들이 울타리 없는 전시관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전남 신안군은 7일 “서울시만 한 해역에 천양천색인 섬 1004곳이 흩어져 있다. 섬마다 특성을 살려 지역민의 자부심을 높이고, 외지인의 볼거리가 될 만한 전시시설을 조성 중”이라고 밝혔다. 군은 2022년까지 1200억원을 들여 전시관, 미술관, 박물관, 기념관 등 21곳을 만들기로 했다. 올해까지 7곳을 조성했고, 4곳은 건립 중이다. 2022년까지 10곳을 추가로 만들 예정이다. 박상규 군 관광정책담당은 “어디를 여행해도 시간이 흐르면 한두 곳만 인상에 남는다.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야말로 사회기반사업이자 예술프로젝트”라고 말했다. 군은 이를 8일 목포 삼학도에서 열리는 제1회 섬의 날 행사에서 ‘1도 1뮤지엄’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한다.
관건은 섬마다 고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달렸다. 전시 주제는 △갯벌·노을·화석·수석 등 자연 △홍어·고둥·철새·춘란 등 생물 △서각·한선·자수 등 기예 △김대중·정약전·홍성담·이세돌·박득순 등 인물 △농민항쟁·보물선 인양 등 역사 등으로 나누어진다. 주제 선택 단계에선 섬마다 전문가와 지역민 10여명으로 자문단을 꾸리기도 했다. 또 국내의 제주도·연홍도, 일본 나오시마·이누지마 등 예술섬의 본보기를 살폈다. 작품처럼 설계한 건물을 신축할지, 쓸모없이 방치된 옛 학교나 창고를 재활용할지도 수차례 검증을 거쳐 까다롭게 결정했다.
이런 절차로 전시관 7곳이 먼저 들어섰다. 2015년 개관한 암태도 에로스서각박물관은 지난 4월 천사대교 개통 뒤 40만명이 다녀가는 명소로 떠올랐다. 풍광이 좋은 압해도 송공분재공원 안의 저녁노을미술관은 한 해 10만여명이 방문하고, 슬로시티 체험지로 알려진 증도의 갯벌전시관에는 4만명이 찾아온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풍경이 뛰어나 한해 10만명이 다녀가는 압해도 저녁노을미술관.
공사 중인 4곳은 인물과 자원을 토대로 계획됐다. 임자도엔 유배자 조희룡(1789~1866)의 기념관, 비금도엔 이곳 출신 국수 이세돌의 기념관이 세워진다. 자은도에는 수석과 고둥을 소재로 박물관을 짓고 있다.
조선 중기 임자도에 유배됐던 화가 조희룡의 기념관.
계획 중인 10곳도 역사와 연고를 반영해 조성한다. 하의도에는 화가 홍성담의 구상에 따라 동아시아 인권평화 미술관이 들어선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섬은 멀어서 불리해도 고유함과 호젓함 등 특색도 많다. 섬에 예술과 색깔을 입혀 매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 한다”고 밝혔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사진 신안군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