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때 노예노동을 당했던 근로정신대 모습. 근로정신대시민모임 제공
한일 경제전쟁으로 친일 잔재 청산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일제강점기 때 일본 군수공장에서 일하고도 임금을 단 한푼도 받지 못하고 노예노동을 했던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지원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13일 오전 광주광역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 대한 전국적인 실태를 조사하고 이들에게 생활비 등을 보조하는 지원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은 일제강점기에 초등학교를 다니던 13~15살의 소녀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여학교에 보내준다”는 말에 속아 미쓰비시중공업, 후지코시강재, 도쿄아사이토방적 등 3곳 군수공장에 끌려가 일을 하고도 임금 한 푼 받지 못하며 노예노동에 시달렸다.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은 미쓰비시중공업 288명(호남 138명명, 충청 150명), 후지코시강재 1089명, 아사이토방적 300명 등 1677명에 달한다. 현재 고령으로 대부분 사망하고 현재 파악된 생존자는 전국적으로 167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13일 오전 광주광역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근로정신대 시민모임 제공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은 ‘정신대’라는 명칭 때문에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로 오해를 받아 결혼을 하지 못하거나 파경을 맞는 등의 고통도 겪었지만, 정부는 무관심했다.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은 2008년 11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패소 판결을 받고, 1년 뒤인 2009년 12월 일본 정부한테서 ‘후생연금 탈퇴 수당’으로 고작 99엔(약 1300원)을 받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은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의료지원금 명목으로 1년 80만원의 정부지원금(한 달에 6만7000원)을 받고 있다.
그나마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게 작은 손길을 내민 곳은 지방정부였다. 2012년 광주광역시에서 전국 최초로 ‘광주시 일제강점기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지원 조례’를 시행한 뒤 경기도, 전남도, 서울시, 인천시, 전북도 등 6곳 지방정부만 지원 조례가 제정됐을 뿐이다. 생활보조비로 다달이 30만원을 지급하고, 병원 진료비의 본인 부담금을 한달에 20만원까지 지원하고 피해자가 숨졌을 때 장제비 10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당시를 회상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김동철 의원(바른미래당) 등 13명이 지난 2월 발의한 ‘일제강점기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에 대한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아직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실정이다. 이 법안엔 국가가 생계급여·의료급여·생활안정금·장제비 등을 지원할 수 있는 내용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 대리를 국가가 지원할 수 있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상임대표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는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있지만,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 대한 법적 지원 근거는 없어 사회적 관심이 절실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금덕(90) 할머니 등 근로정신대 피해자와 유족 등이 미쓰비시중공업과 후지코시를 상대로 6건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지난 해 1건이 대법원에서 승소해 확정 판결을 받았고, 5건의 소송은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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