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주식 양도세 5억원을 포탈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허재호(77) 전 대주그룹 회장에 대한 재판이 국세청이 고발한 지 5년 만에 열린다. 일당 5억원의 이른바 ‘황제 노역’으로 공분을 일으킨 허 전 회장은 이미 거액의 법인세를 탈루한 혐의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검찰은 외국에 나가 있는 허 전 회장이 스스로 귀국하지 않으면 강제 소환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송각엽)는 28일 오전 10시20분 제302호 법정에서 차명주식을 처분하고 양도세 5억원을 포탈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기소된 허 전 회장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연다. 이번 공판기일엔 피고인이 출석해야 한다. 하지만 허 전 회장은 변호인을 통해 재판부에 건강진단서를 제출하고, “건강이 좋지 않다. 공판기일을 연기해달라”고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지법 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첫 공판기일은 예정대로 열린다”고 밝혔다.
허 전 회장은 2007년 5월~2009년 12월 25억원 상당의 대한화재해상보험㈜ 차명주식을 매각한 뒤 발생한 양도소득세 5억136만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하면서 배당된 소득 5800만원에 대한 종합소득세 650만원을 포탈한 혐의도 받는다.
허 전 회장은 또다시 5억원 이상을 포탈한 혐의로 두번째 기소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징역형 외에 포탈세액의 2~5배에 해당되는 벌금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허 전 회장은 법인세 508억원을 탈세하도록 지시하고 100억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2007년 12월 불구속 기소돼 2011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및 벌금 254억원이 확정된 바 있다.
뉴질랜드 영주권자인 허 전 회장은 2015년 7월 말 슬그머니 뉴질랜드로 출국한 뒤 오클랜드에서 아들이 운영하는 건설회사의 아파트 분양사업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허 전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자진 귀국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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