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만들어진 `임을 위한 행진곡' 작곡 원본. <한겨레> 자료 사진
광주광역시가 광주라는 도시를 상징할 수 있는 대중가요 제작을 기획하려는 것에 대해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생략한 채 대중가요 작곡을 의뢰하는 것 자체가 구시대 관료적 발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광역시는 ‘광주 정신’을 담은 대중가요 ‘광주의 노래'(가칭)를 만들기 위해 서울의 유명 작곡가와 협의중이라고 26일 밝혔다. 1987년 제작돼 광주시의 공식 행사에서 불리는 ‘광주시민의 노래’와 별개의 대중가요를 만들기 위해서다. 시는 작곡 의뢰 비용으로 2천만원을 책정했다. 앞으로 가수 선정과 홍보 등을 위한 예산은 추가로 편성할 예정이다.
‘광주의 노래’ 작곡 의뢰는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시작됐다. 광주시 고위 관계자는 지난 3월 광주의 한 문화행사에 참석한 광주 출신의 한 유명 작곡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광주를 상징하는 노래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시는 이용섭 광주시장이 광주의 노래 제작에 관심을 보이자 지난 5월부터 지금까지 이 작곡가를 세차례나 찾아가 곡을 의뢰했다. 광주시 총무과 쪽은 “유명 작곡가에게 작은 사례라도 하기 위해 ‘수고비’ 정도의 예산을 책정해 뒀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방정부가 시민 의견 수렴 절차도 없이 광주의 노래 제작에 나선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수 밤바다’는 2012년 3월 그룹 버스커버스커가 발표한 뒤 인기를 얻은 뒤 여수의 대표 문화관광 콘텐츠가 됐다. ‘부산 갈매기’도 프로야구 롯데구단을 응원하는 팬들이 자주 ‘떼창’하면서 부산을 상징하는 곡이 됐다. 최유준 전남대 교수(호남학연구원)는 “두 곡 모두 대중음악 시장에서 먼저 인기를 얻은 것과 달리 자치단체가 의도적으로 도시를 상징하는 대중가요를 제작하려는 것은 관료적 발상에 불과하다. 유신시대 건전가요 제작과도 맥락에서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광주시가 기획한 ‘광주의 노래’가 광주를 상징하는 곡이 될 수 있을 지도 불분명하다. 1982년 4월 광주의 문화패들이 비밀리에 제작한 ‘임을 위한 행진곡’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현장에서 널리 불려져 광주와 한국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노래로 꼽힌다. 이기훈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상임이사는 “광주를 상징하는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두고 또 다른 대중가요를 만들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