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가 23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5·18민주묘지관리소 제공.
노태우(87)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54)씨가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에선 노 전 대통령이 5·18 생존자들과 유족들을 만나 용서를 구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립 5·18민주묘지관리소 등의 말을 종합하면, 재헌씨는 23일 오전 11시께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1시간 가량 참배했다. 재헌씨는 당일 오전 9시께 관리소에 전화를 건 뒤 일행 4명과 함께 방문했다. 재헌씨는 5·18국립민주묘지 들머리 ‘민주의 문’에서 방명록을 작성했다. 노씨는 방명록에 ‘삼가 옷깃을 여미며 5·18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분들의 영령의 명복을 빕니다. 진심으로 희생자와 유족분들께 사죄드리며 광주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노태우(87)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54)씨가 지난 23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해 작성한 방명록.
재헌씨는 이어 참배단으로 이동해 헌화와 분향을 한 뒤 묘지를 둘러봤다. 재헌씨 일행은 추모탑 뒤편 윤상원·박관현 열사 등이 잠든 묘지 앞에서 무릎을 꿇고 희생자를 기렸다.
‘5·18 피고인’으로 처벌받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직계 가족 가운데 5·18국립묘지를 참배한 것은 재헌씨가 처음이다. 재헌씨의 5·18묘지 참배는 아버지 노 전 대통령 뜻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재헌씨는 과거 국립 5·18민주묘지가 조성되기 전인 지난 1997년엔 5·18희생자들이 잠들어있던 망월동 옛 묘역도 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용기있는 행동”이라며 재헌씨의 이번 참배에 의미를 두고 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나 재헌씨가 5·18 유족들을 직접 찾아 용서를 구하지 않아 의미가 반감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참배를 하면서 사죄의 기록을 남긴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면서도 “다만, 진심어린 사죄가 되려면 5·18 희생자와 유족 등 당사자들을 만나서 마음을 다해 용서를 구해야 하고, 노씨 본인이 5·18 당시의 일과 관련해 충실한 고백과 참회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노태우 전 대통령은 외부 활동 없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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