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대생 천승환씨가 27일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고난과 역경 극복의 역사’ 전시장에서 자신이 찍어온 국외 한국 유적지 기록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박임근 기자
“태평양의 사이판은 휴양지로 알려져 있지만, 강제징용과 일본군 위안부의 아픈 역사가 있는 곳입니다.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려고 최근 사이판에 갔었는데, 위안소가 있었다는 동굴에 현지 가이드가 안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어린 소녀들의 원혼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혼자 2시간 가량 동굴에 들어가 사진을 찍었습니다.”
외국의 우리나라 역사 관련 유적지를 찾아 사진으로 기록한 청년이 전시회를 열고 있다. 주인공은 천승환(24·전주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4년)씨. 그는 지난 24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전주역 앞 역전파출소 맞은 편의 리슬 디자인랩 지하 1층에서 전시회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고난과 역경 극복의 역사>를 열고 있다.
전시에서는 선조들이 독립운동 위해 싸운 흔적과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 학살과 731부대 희생자. 원폭 피해자 등을 담은 사진 39점이 선보이고 있다. 그의 뜻을 높이 평가한 지인이 무료로 장소를 빌려줬다. 그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돌을 맞아 지난 4월부터 기획한만큼 이번 사진전이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와 직접 관련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도발 이후 사이판에서 8박9일 동안 강제징용과 위안부 관련 유적지를 더 중점적으로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패전이 임박한 일본군이 사이판 위안소의 입구 철문을 막고 도망가는 바람에 어린 소녀들이 갇혀서 그대로 희생됐다는 말을 가이드로부터 들었을 때 분노가 일었습니다.”
그가 역사에 관심을 가진 것은 고교 2년 때인 2011년 12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 촉구 1000회 수요집회부터다. 그뒤 군 복무를 마친 2017년 10월부터 그는 외국의 역사 관련 유적지를 본격적으로 기록해왔다. 약 160여일 동안 일본·중국·프랑스·네덜란드·사이판 등을 다녀왔다. 특히 올해에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서포터즈로도 참여해 중국 상하이부터 충칭까지 임정 사적지를 둘러보고 왔다.
그는 외국의 한국 사적지를 지도를 만들 계획이다. 국가보훈처에서 나오는 국외독립운동 사적지 지도는 독립운동만 국한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강제징용과 일본군 위안부 뿐만 아니라, 고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역사를 담은 사적지를 10년 안에 제작을 목표로 삼고 있다. 비용은 사진 프리랜서로 번 수익과 일부 주변 도움으로 충당하고 있다. “우리의 아픈 역사일수록 좀 더 세심하게 관심을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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