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5일 오후 열린 ‘제2회 사회적 경제 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해 사회적기업 ‘고요한 택시’ 부스를 찾아 뒷자리에 시승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금융기관에서 퇴직한 ㄱ(60)씨는 지난 7월 ㄴ사를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해달라고 광주광역시에 신청했다. ㄴ사는 협동조합·마을기업·자활기업에 저리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중개업 법인이다.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돼야 고용노동부에 인건비 등 재정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런데 ㄴ사는 탈락했다. ㄱ씨는 “시에서 심의 때 ‘개인 대출을 늘려야 이익이 나는 것 아니냐’고 묻는 등 사회적기업의 취지를 잘 모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광주시가 풀뿌리 지역 경제 모델인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에 인색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9일 최근 2년 동안의 지역형 예비 사회적기업 지정 현황을 보면, 광주는 대구나 대전보다 2~3배 뒤졌다. 광주는 지난해 8곳이었고, 올해는 11곳에 불과했다. 대구는 같은 기간 각각 18곳, 21곳의 예비 사회적기업을 지정했다. 대전도 같은 기간 예비 사회적기업 지정 건수가 14건에서 46건으로 대폭 늘었다. 대구와 대전의 최근 2년간 예비 사회적기업 지정 실적은 광주에 견줘 2~3배나 많은 셈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정하는 지역형 예비 사회적기업도 광주는 44곳으로 대구(58곳)와 대전(89곳)보다 뒤처져 있다. 다만 지역형 인증 사회적기업은 광주(103곳)가 대구(75곳)나 대전(66곳)보다 많다. 이는 2018년 이전에는 사회적기업 지정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김오숙 광주시 사회적경제 담당은 “2018년 이전에 사회적기업으로 신청한 곳이 많아서 최근 들어 신청하는 기업 수가 줄었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지난 7월5~7일 제2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박람회를 열었다. 당시 행사 개막식엔 문재인 대통령 등 정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사회적기업은 전통적인 기업처럼 이윤을 추구하지만 사회서비스를 창출하면서 이윤을 재투자하고 최소한의 유급 직원을 고용하는 등 공공성에 더 중점을 두는 제3의 경제주체다. 대구·대전시는 새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최근 완화된 심사 기준에 따라 예비 사회적기업 지정을 확대하는 추세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예비 사회적기업 지정을 인증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문인환 대전시 사회적경제과장은 “과거 예비 사회적기업에 지정되려면 상근 직원과 일정 기간 매출 실적이 있어야 했지만, 이젠 고용 창출 계획 등을 충실하게 밝히면 된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사회적 경제 전담 과도 두고 있지 않다. 반면 대구시는 2014년 9월, 대전시는 올 1월 각각 사회적경제과를 신설했다. 대구시는 예비 사회적기업 지정 신청을 한해 네차례로 늘렸지만, 광주시는 그동안 두차례만 받았다. 대전시는 광주시와 경쟁 끝에 제2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박람회(7월5~7일)를 유치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상면 광주대 교수(경영학)는 “정부가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국정 과제로 채택한 뒤 예산을 늘리고 있는 시점에서 광주시도 사회적 경제 네트워크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행정 체계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