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7일 열린 전주 한옥마을 절기축제의 낭옥회에서 까치동 배우들이 시를 낭독하고 있다. 최명희문학관 제공
“여보소, 아기 어멈, 이것이 웬일인가. 저렇게 양귀비가 나 같은 사람 보려 하고 만리타국에 박을 타고 왔으니, 사람의 인정상 어찌 도로 쫓아 보내겠나. 자네 방에 열흘 자면 첩의 방에 하루 자지. 걱정일랑 장롱 받침에 딱, 붙들어 매 두시게나.”(소설 <혼불> 4권)
전북 전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최명희문학관이오는 9월4일 오후 4시부터 두 시간 동안 문학관 앞마당에서 혼불만민낭독회를 연다. 지난 7월 전주 한옥마을 절기축제에서 호응을 얻었던 낭독회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학주간2019’(9월1~7일)에 맞춰 다시 여는 것이다.
혼불만민낭독회는 소리 내어 읽으면 자연스레 운율이 담겨, 한 편의 시 또는 판소리가 되는 소설 <혼불>의 특성을 살려 애독자와 소리꾼, 배우, 가수, 문학인 등이 소설 속 문장을 들려준다. 국악인이 판소리를 들려주는 <혼불>은 소설 속의 거멍굴 사람들이 기표와 우례의 일을 이야기 할 때 나오는 판소리 <흥보가>의 ‘박 타는 대목’이다. 흥부가 박에서 나온 미인 양귀비를 첩으로 들이자 이를 질투하는 아내를 달래는 부분으로, 소리꾼 박윤희·경보비씨가 판소리 <흥보도 사내라>로 다시 창작해 들려준다.
연극인이 극으로 들려주는 <혼불>은 소설 속의 옹구네·공배네·춘복이가 신분제도에 대해 토로하는 부분과 정을 주고받는 부분을 ‘도대체 양반이란 거이 머여?’와 ‘어찌 그리 넘으 속을 잘 안당가?’로 다시 구성해 들려준다. 배우 전춘근씨 등이 삶의 고달픔과 해학을 질퍽한 <혼불> 속 전라도 사투리로 들려준다. 문학인이 시처럼 읽는 <혼불>은 김도수 시인과 이진숙 수필가가 나선다. 당일 참가한 관객들이 소설 <혼불> 속의 전주를 상징하는 부분을 낭독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작곡자 겸 가수인 유동만씨는 박남준의 시 <봄날>, 박정만의 시 <어느 흐린 날>, 김수영의 시 <거미>에 음을 담아 시노래를 들려준다. 이날 낭독회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대하소설 <혼불>은 1998년 타계한 고 최명희 작가가 조선시대 전북 남원 지역 양반가의 몰락 과정과 3대째 종가를 지켜온 며느리의 애환을 담아 17년 동안 집필한 작품으로, 작가는 이 소설로 단재상과 호암상 등을 받았다. (063)284-0570.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