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 치매국책사업단장인 이건호 의생명과학과 교수. 조선대 제공
“간단한 면봉 검사로 치매 발병 여부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건호(52) 조선대 치매예측기술국책연구단(치매국책연구단) 단장(52·의생명과학과 교수)은 5일 “미량의 침이나 간단한 구강상피 검사만으로 치매 발병 위험도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대 치매국책사업단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다음달께부터 광주시와 공동으로 60살 이상 시민들을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할 방침이다. 이 단장은 “지역 보건소와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간단한 검사만으로 치매 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하면 치매예방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은 최근 의학 학술지 <저널 오브 클리니컬 메디신>에 치매 유발 유전자로 알려진 아포이(APOE) e4형 유전자에는 새로운 치매 유발 유전변이가 존재한다는 연구 성과를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유전변이란 여러 세대를 거쳐 변이된 형질이 생존에 유리하면 자연선택에 의해 그 형질을 가진 개체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이 단장은 “이 유전변이가 있는 사람의 경우 치매 발병율이 2.5배 더 높아진다는 것을 새로 밝혀냈다”고 말했다.
특히 새로 밝혀진 이 치매 유발 유전변이가 동아시아인에게 높은 빈도로 존재한다. 이 단장은 “그동안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의 치매 발병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평균보다 최소 1.3배 이상 높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한국인이나 일본인은 백인 미국인보다 알츠하이머 치매가 발병하는 연령이 평균 2년 이상 빠르다”는 것이 이 단장의 설명이다. 이 단장은 “서양인에 비해 동아시아인이 알츠하이머 치매에 취약한 원인을 이번에 처음 밝혀낸 것도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이 이러한 연구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빅데이터 덕분이다. 2013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치매 발병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된 뒤 연구 성과를 꾸준히 쌓아온 결과다. 이 단장은 “한국인 1만8천여 명, 일본인 2천여 명, 미국인 2만2천여명 등 4만명 이상의 유전체 분석과 자기공명영상(MRI) 뇌영상 분석 등을 통해 실증적으로 확인한 데이터를 구축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은 이번 연구성과에 대한 국내 특허 등록을 이미 마쳤고 미국·유럽·중국·일본 등 해외에도 특허 출원 중이다. 이 단장은 “치매도 암처럼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알츠하이머병 조기진단 기술로 치매를 조기에 발굴해 전 국민의 치매 예방에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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